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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한스 강 2008. 1. 10. 21:40
정초 인사차 한국에 전화를 하니 사모가 전화를 받으며 반가워한다.
간단한 새해 덕담 나눈 후, 그를 바꾸어 준다.
당뇨덕에 발목에 이상이 와 병원 신세 진 후, 목발을 거쳐
오랫동안의 재활운동으로 다시 어름쩡 걷게 된 그이기에..
제 작년 한국에 들렸을 시,서로간 추억도 더듬을 겸, 억지로 
연천 고대산 산행을 한 적이 있으나 그에게는 무리였던지
이후 산행은 못하고 사이클링으로 바꾸어 몸관리 하는 그.
산모임 멤버 중에서도 회장님과 그, 그리고 나, 
우리 3인방이 제일 죽이 잘 맞았던 탓인지 
특히 일행이 서로 마음이 맞아야 무사히 치룰 수 있는 
장거리 산행은 우리 셋의 몫이였다. 

(덕유산)
산행으로 지친 몸도 달랠 겸 둘러앉아 소주로 목 추기며 
나누는 정담들, 내일 산행을 준비하며 각자의 일인용 텐트로 
들어가 산속에서 맞는... 밤의 평화로움...... 
우리 셋은 참 야영을 좋아했었다. 
그와 둘이 다녀온 십이 선녀탕 계곡이 나로서는, 
아니 우리 셋의 야영 겸한 마지막 산행이 되어 버리고,
주말이면 베낭 둘러메고 다녔던 그 산하 그리워 하며
타국땅에서 살게된 지도 꽤나 오래 되었다.
칠순을 넘어선 그는 이제 산행은 언감생심이요,
팔순이 한참 넘은 회장님은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아직도 
꾸준히 산행은 하시며 살아계신다 하나... 어디 옛과 같을까... 
-아, 어딜 누구와 같이 가도 그 만 못해. 
진짜 서로 맘에 맞는 사람 만나고 어울린다는 게 어려워.. 
우리 어울려 다니던,그때가 좋았던 것 같아- 
-아이고, 다 사는게 그렇죠 무어.. 즐겁게 살아요 하여간... 
  언제 같이 산에 한 번 또 가야 하는 데..ㅎㅎ -
얼렁뚱당 그의 말을 받아 넘기고 대범 한 척 했으나 
전화속에 울리는 그의 씁씁한 말투가 내 가슴을 
한차례 훝고 지나가며.. 나도 슬며시 아련해진다.

(월출산)
언젠가 다른 글을 통해 이 곳 실버러브에도 그를 소개한 기억이 드나
종로 바닥 꽤나 헤메고 다니던 시절,
정능 계곡에 놀러가 눈에 띠는 그를 어찌 해 볼까 하고 
내가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알게 된 그,
그 당시 몇 안되는 종로 이반 바도 데려가 보기도 하고
등산, 여행을 같이하며 같은 방에서 많은 밤을 지내기도해,
그도 나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었지만 
철저히 나와는 다른 길에 서있는 사람이면서도
한 인간으로서 나를 대접하고 좋아했다.
작년 한국 방문 시, 소주 한 잔 같이 한 이후
또 만나..체력이 딸리더라도 산에 같이 가기로 했으나.
서로가 마음으로 끝나버리고..벼르던 산행은 못하고 말았다.
논네는 추억을 먹고 산다는 데...
요즈음의 나도 옛날만 그리워 지니..
앞길이 구만리인 젊은 오빠 처지에 이 무슨 꼴이냐마는...
지나간 세월이 아쉽고, 빠르게 가는 세월이 아쉽고..
이 곳 저 곳 불량한 곳이 많은... 나의 건강 상태가 아쉽기만 하다.
그가 칠순이니 언젠가 그가 가버리고 나는 남게되면
서스럼없이 어울리며 산에도 갈수 있는 그..
아직도 가끔은 서로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그..
그 같은 사람이 나는 참 그리울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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