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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남자 이야기) 수컷성을 상실한 시대에 관하여

한스 강 2008. 8. 28. 07:31

오늘 라면집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데, 방금 들어온 남자가 낙제비(라면+수제비+낙지 한 마리)를 시켰다.

 

그리고 약간 시간이 흐른후에 아주머니에게 묻는다. '그 낙지 산낙지예요?' 아주머니왈 '당연 죽었지

 

~~~' 그러자 그 사내 혼자 중얼거린다 '죽은 낙지 먹으면 몸에 안좋은데...순간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

 

을 참았다. 여기가 무슨 고급 횟집인가? 라면에 산낙지를 넣어주게. 그런 것 정도도 생각해 보지앟고 궁

 

시렁대는 자네가 참 한심하다. 에라 이수컷을 잃어버린 녀석아. 

 

 

 

그러고 보면 내 주변에 수컷을 잃어버리고 사는 남성들이 괭장히 많은 것 같다. 분명 여성과 대립되는

 

남성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나같은 이반의 마음을 기절초풍하게 할만한 수컷성이 없다. 그래서 이반인

 

내가 한참을 들여다 보아도 가슴이 셀레기는 커녕 '에라이~~~'하는 푸념만 나온다.

 

 

 

예전에 대학에 자리가 나서 근무한 적이 있다. 거기서 겪어본 교수들의 대부분은 한 마디로 쪼잔하기 짝

 

이 없었다. 자신의 손해득실에 관련된 것이면 입에 거품을 물고 나서면서도, 학생들이나 대의를 위한 일

 

에는 시종 근대적인 개인주의로 일관한다. 자신이 잘못해서 벌어진 일에도, 조교나 연구생들 밀어넣고

 

자신은 빠져나가기 다반사다. 그러면서도 어디가면 입은 엄청 살아 있다.  과 조교에게 민방위 교육 대

 

신 나가라고 시킨 교수도 있다. 그러며서 하는 말, '민방위 교육은 독재교육의 첨병이니까...' 그럼 당신

 

은 독재교육 첨병 피해야 하는 지식인이고, 과조교는 당신 땜빵해주는 딱깔이더냐? 에라 이수컷을 잃어

 

버린 작자야.

 

 

 

직장엔 항상 이런 작자들 있다. 근무시간엔 거의 인터넷으로 게임이나 뒤지고 코나 열심히 파는 주제에,

 

술자리 나가면 형동생 호칭하며 의리를 떠든다. 상사 앞에선 발발 기면서 술집 아가씨들에게는 철저하

 

게 반말로 시작해서 올라서려 한다. 조금만 맘에 들지 않는 신참 나타나면 무슨 수를 써서든지 따돌려서

 

결국은 회사 나가던가, 자기에게 형님이라고 부르게 만든다. 에라 이 숫컷을 잃어버린 녀석아, 넌 조선

 

시대 여인천하에 들어가도 최말단 무수리밖에는 안됐겠다. 그래도 궁녀들 서답(생리대)빨면서 열심히

 

궁시렁댔겠지, 세상에 나만큼 예쁜 년 본 놈 있으면 나와보라고...

 

 

 

헬쓰장의 샤워실에 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물 틀어놓고 샤워하는 인간들 꼭 있다. 양치할 때도 물 틀어놓

 

고, 면도할 때 비누칠 할 때도 꼭 물을 틀어 놓는다. 어차피 자기가 내는 물세 아니니까... 이런 인간들의

 

대부분은 물기를 말리지 않고 탈의실로 나와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기 일쑤다. 매너도 모르는 촌놈들...

 

샤워는 물을 쓸 때만 켜는 것이고, 욕실에서 대충 물기를 말리고 나오는 것은 목욕 매너의 기본인거늘.

 

그러면서도 거울 앞에 서면 열심히 간장 종지만한 근육 부풀리느라 정신이 없다. 거기에 마치 액션영화

 

의 주인공 같은 대사도 열심히 읊조려 가면서. 에라 이 숫컷을 잃어버린 녀석아,  멋진 몸매보다 멋진 매

 

너가 먼저라는 것을 모르겠더냐?

 

 

 

피씨방에서 연신 줄담배 피며 게임을 즐기는 사내, 재떨이엔 꽁초가 수북히 쌓여 있고, 그것도 모자라

 

연신 뱉어낸 가래침으로 떡이 돼있다. 무슨 영어를 떠들어 대는지 게임의 장면이 바뀔 때마다 알 수 없

 

는 말을 외쳐댄다. 스크린에는 아주 멋진 형사가 기관총을 쏘며 악당들을 물리치고 있다. 사내는 어느샌

 

가 그 멋진 사나이와 같은 사람이 돼 있다. 게스츠레한 두눈과 시종 크악거리는 가래침, 주문한 짜장면

 

이 도착했을 때 어두컴컴만 구석에 앉아 면발을 빨아들이는 그 모습이라니... 에라 이숫컷을 잃어버린

 

녀석아. 그런다고 네가 영웅이 되겠니? 너같은 작자 손에 총 쥐어줬다간 세상 말세된다.

 

 

 

오늘 퇴근길에 버스에서 강도 사건이 있었다. 30분 정도 격투 끝에 놈을 생포했지만, 손바닥에 칼집이

 

났다. 한 아가씨가 손수건을 찢어서 붕대를 매주었다. 그녀의 뺨에 키스를 했다. 주변 사람들의 박수. 버

 

스에서 내려 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렸다. 뛰어가보니 누군가 자살을 하겠다고 강물에 뛰

 

어 들었다. 그의 애인이 옆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뛰어들어 그를 구했다. 인공호흡

 

을 해서 살린 뒤에 앰뷸런스가 왔다. 공원 근처에서 봄맞이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봄이다.

 

모차르트와 슈베르트의 선율에 몸을 맞기고 잠시 명상에 잠기다가, 단골바인 애심의 희야갸 생각났다.

 

있다가 들리면서 튤립이나 한 다발 가져다 줘야지. 오늘은 주변의 술꾼들에게도  한잔 씩 돌려야겠다. 

 

봄이라 그냥 기분이 좋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멋진 숫컷성을 가진 남성을 만나기는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전쟁이 일상생활

 

의 가장 큰 부분이었던 시절, 그래서 사방 어디에고 위험이 도사리던 시절, 남성들은 자신의 몸을 보호

 

하기 위해,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의 수컷성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 하

 

지만 현대인들은 전쟁이나 날강도 등과 같은 직접적인 위험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매달 꼬박꼬박 찍혀

 

나오는 월급 봉투에만 자신의 수컷성을 걸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들은 자신의 밥줄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었이든 한다.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아스라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자신의 숫

 

컷성은 무조건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들을 통해 과시하려 한다. 일명 골통 마쵸들...

 

 

멋진 남자는 어디 있는가?  진짜 숫컷성이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매너 좋고, 문화적인 것을 향유할 줄

 

알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위해줄 줄 알고, 사소한 것에는 손해를 봐주면서도, 명분을 위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그런 멋진 남성이. 어딘가엔 있으려나, 아니면 할리우드 영화 속에만 나오는 건가?

 

출처 : 파고다가족
글쓴이 : 푸른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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