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노인과 소주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출세작이다. 그도 소주를 알았다면 노인과 소주를 썼을 게다.
60대는 싱겁게 먹어야 하고 마음도 싱겁게 먹어야 매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요즘 소주들까지 덩덜아 순해 빠진다는 건 황당하다. 소주 맛을 가지고 따따붓따
하는 게 까탈스럽게 보일지 모르나 까탈스런 사람은 쓴소주를 잘 먹는다는 전제하에 쓴다.
인간은 젊었을 땐 꿈을 먹고 살고, 늙어선 소주를 벗하며 추억을 반추하며 살 게 마련이다.
인간은 사회에서 일정부분 할 일이 없어질 때 쉽게 편협하고 완고해 진다. 그결과 노인의
사회적인 지위는 커녕,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게 되며 혐오의 대상이 되는 건 슬픈 일이다.
요즘이사 내남없이 장사익의 소리에 깜빡죽지만 그전엔 육자배기 판소리는 좀 촌스러웠다.
예전에, 명동 계성여고 담벼락밑으로 자리했던 할머니집은 우리들 접선장소였고 빈대떡과
소주는 일용할 양식이였다, 비틀스 CCR 롤링스톤즈에 열광했으나 다 부질없는 짓 이였다.
금연클리닉 한 번 안다니고 담배는 끊어버렸지만 금주는 난공불락이며 굳이 끊어야할 당위
도 없다. 광주 비엔날레는 2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소주도 이틀에 한 병씩 정기적으로 마시
면 비엔날레다. 절제의 의미도 있고 알콜중독도 예방하고 예술성도 부여하니 과히 열락이다
소주를 하루 걸르는 날은 심장이 쿵쾅거리며 마치 장가 드는 날을 손꼽던 심경으로 지낸다.
문제는 절대 기호품인 소주의 특질이 변한다는 거다. 소주의 순도가 상업적 경쟁 과정에서
후레쉬니 라이트니 해싸며, 소주의 본질이 점점 엷어지는 것도 주당에겐 몹씨 슬픈 일이다.
무릇, 소주는 써야 한다 소주는 스타벅스가 아니다, 요즘의 소주는 삶의 애환을 담기에 미흡
하다. 우린 소주와 함께 숙성됐고, 소주는 본데없이 늙어가는 60대의 정서이며 정체성이다
쏘주가 뭐 답답하다고 씁쓸하고 허무한 본질을 저버리고 후레쉬하려고 허접하게 노는 거니.
쏘주는 캬~ 탄식어가 발해져야 한다. 소주가 마냥 순해지는한 소주의 르네상스는 요원하다.
소주는 시바스리갈보다 담백하고 샤토보다 달고 사케보다 깔끔하며 베인 상처처럼 쓰라리다
가뜩이나 먹지말라는 것과 말만 많아지는 것도 영 마뜩찮은데 소주 없는 60대는 다이하드다.
솔직히 요새는, 그 순해빠진 소주도 먹지말라고 해서 와인쪽으로 간다. 음주도 트렌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