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스 겸용)/카페 글

가끔 생각나는 그 집

한스 강 2013. 6. 1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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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 일식구조를 가진 그 집은 
숲이 우거진 곳,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손을 자주보지 않았는지 빛이 바랜 
회색 외곽을 지닌 낡은 집이 산등성이에서 내려다보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은,주변의 집들에 비해 
정원이 워낙 넓었던 탓일게다. 
담장이라고는 훵한 나무 울타리로 되어있어
숲사이로 빤히 보이는,비록 낡았지만 나름
고풍스러워 보이는 정원이 엄청 넓은 그 집, 
사람왕래가 거의 없어 저런 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항시 궁굼해 하던 소년에게는 
그 곳은 일종의 신비함으로 남아 있었다. 
아버지의 단발 윈체스터 공기총으로 
동네 참새 쫒는 재미에 빠졌던,어느 날, 
떨어질듯 말듯,방아쇠 당긴 소년을 희롱하며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다니는 참새를 따라다니다 보니
우연히 문이 열려 있었던지 소년은 
그 집 정원에까지 들어서게 되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참새에게 
결정적인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학생, 총을 쏘지 말게나' 
뒤를 돌아보니 언제 나타났는지 
정원사 차림의 중년이 서 있어 그제서야
그 신비의 집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게 되었다.
'이 집안에 환자가 있으니 삼가했으면 좋겠네' 
온화한 미소,나지막한 젊잖은 말씨를 지닌 그 어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니 
고즈넉히 자리잡은 그 집의 창가에는, 
커텐이 길게 내리어져 있었고 적막함이 흐르고 있었다. 
소득없이 집으로 걸어오는 도중, 
소년은 공연히 허전하고 슬퍼져 
더 이상 참새 쫓을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그 커텐뒤에는 내 또래의 소녀가 누워있다. 
 병색이 짙어 창백하나 아름다운 얼굴을 지니고 있는 소녀!’
그 집앞을 지날때 마다 그 소녀 생각에
소년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으나 
세월이 흘러가면서,그러한 소녀는 
모든 것을 꿈꿀 수 있는,아름답고 순수한 
시절에만 존재하는,마음의 허상이라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세월이 더 흘러 소년의 귓가에 흰머리가 내려앉아 
더 이상 꿈을 꿀 수없는 그런 나이가 되어 버렸고 
그리움의 대상도 퇴색되고 바뀌어 버렸으나 
혼자 있게된 조용한 시간,
오래전, 정원이 넓었던 그 집,커텐뒤에 누워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소녀를 떠올리면,
꿈많던 그 시절이 그리운지, 두고온 내 산하가 아련한 탓인지,
까닭없는 그리움에 가끔은 서러워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