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굴레
내가 사는 Amstelveen 이라는 곳은,이 곳 수도인 Amsterdam에서 일반 교통수단으로 20 여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분당 같은 곳이다.
시내 중심가는 복잡하여 주거지로는 적당치가 않아 외곽에 슬리핑 타운이 형성되다 보니
규모가 커져 암스테르담에서 독립,자체 시청을 가지고 있지만,이 나라 최대 도시라는 암스테르담이
인구 백만이 조금 넘으니 그래봤자 우리나라로 치면 시골 읍 규모나 될까?
그렇지만 수도에서 가깝고 치안도 좋아 네덜란드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여,
주재 상사 직원들,소위 화이트 컬러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 곳에 사는 외국인은,일본-미국-영국…순으로 네덜란드에 살고있는 일본인을 5 천여명으로
추정하는 바,약 3천명 정도가 이 곳 Amstelveen 에 살고있어 길거리에서 일본인을 흔히
볼 수 있고,일본의 국력이 이 곳에도 알려져 있으니 그 들이 어느정도 대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당연 우리 한국인도 이 곳에 많이 살고는 있으나,네덜란드 전체에 천여명 정도로서,이 곳에
몇 백명 정도임,우리 외모가 일본인과 비스므리해서,덕분에? 우리도 상위 대접 받음 ㅎ)
그러나 근자 2-3 년 전부터 갑자기 일본을 누르고 외국인 순위 랭킹 1 위를 탈환한 나라가 있으니,
바로 인도 백성들이다.인도는 IT 강국으로 알려져 있어,미국을 위시 많은 인도 젊은이들이
외국에 취업하고 있는 바,이 나라,그 중에도 여기 Amstelveen에 어느날 갑자기 인도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하더니,없던 인도 슈퍼,인도 식당등이 생겨나게 되었다.
내가 사는 길거리에 한국식당이 하나 있는 데,그 옆에 인도슈퍼가 생긴지가 한 1 년여 된다.
이 인도 슈퍼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서론이 길어졌다.
내 인도 슈퍼 갈 일 없어 자세히는 모르겠다만,주로 비어있는 한국식당에 비해
손님이 왔다갔다,늘어나는 인도인을 상대로 오픈한 슈퍼이니 당연 장사가 잘 되는
모양이요,항상 아릿땁고 정숙해 보이는 인도 아줌씨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유리창 너머로 보이곤 했다.
어느 날,한국식당에 들리니,사장 아자씨가 반색을 하며 뭔가 꼭 해야할 야그가 있어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옆자리에 앉는다.
(인도 슈퍼 그 아줌씨 아시죠?)
(아,얼굴도 곱고 정숙한게,일 잘하게 생긴 그여자,)
(맞아요,착실하게 생긴 아줌마,그 예편네가 글씨…….)
오픈 초창기부터 카운터를 맡아 워낙 성실하게 일을 잘 해,사장이 평소 자리를 많이 비우더라도
전적으로 믿고 모든일을 맡겼는 바,겉으로는 성실한 이 아줌마가 사장 몰래 딴 곳에 자기도
인도 슈퍼를 차리고 그간 여기서 물건 부지기수로 빼돌려 자기 가게로 날랐다는 것,
심지어는 카운터에 앉아 배달 주문 전화 받으면,그 주문내용을 자기 가게로 몰래 연락해
자기 가게에서 배달 하는 등,그간 깜쪽같이 해 먹은 게 말도 못한다는 내용.
약간은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한바탕 신나게 야그 풀더니
이 착한? 한국식당 사장님,마지막으로 간략하게 결론 내리신다.
(완전 도끼로 발등 찍혔는 데, 증거는 마땅치고 않고,그냥 그 여자 가게 안나오는 걸로 마무리
된 모양 입니다.저 인도 사장,평소에 거드럭 거리기만 하지 자기가 가게 지키지 않더니,당했지 뭐에요.
역시 가게나 식당 할라면 가족이 최고지요.남은 절대 믿어서는 안된다는 거,다시 한 번 증명된 거지요)
뭐니뭐니 해도 가족밖에 없다는 사장님의 지론,맞기는 맞는 말이다.
해외 생활에서는 가족의 도움이 국내보다 더 절실한 것이 현실이기에 일차 한 가족이 먼저 온 후
대충 자리가 안정이 되면 후속 타자로 형제나 자매등등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초장에는 서로 합심해 물불을 안가리고 열심히 일한 결과 어느수준의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나
안타까운 일은,이 후 서서히 문제가 발생,심각한 불화를 초래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도식은 뻔하다.
먼저 온 이의 입장에서는 저것들이 누구 덕에 여기까지 와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그 은공도
모르고 원망만 하고 요구만 많다는 입장이요,
후속타자는 내가 비록 늦게 왔지마는 뼈 빠지게 일해 오늘을 같이 이루었건만 단감은 지가 다 차지하고
나는 고생만 직사게 하고,도대체 지가 나한테 해준게 뭐 있어?자칫 섭섭한 생각을 갖는다는 것이다.
가족인데도 이해를 못 한다는 등,가족인데 그럴 수 있냐는 등등..
"가족이니까 " 하는 간단한 구절에 수많은 감정의 굴곡이 함축되어 있으니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꽤나 어려운 문제가 가족 문제가 아닌가 한다.
한국식당 사장님 결론처럼,서로 믿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임에는 틀림없을지라도,차라리 남이면 끝맻음이 딱 부러지게 정확할 수 있으나
가깝기에,식구 이기에,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일,간단한 것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