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술친구 어르신.
혈연,학연 전혀 관련이 없으나 서로 우연한 기회에 알게되어,
부담없이 소주잔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이 되는 경우가 있으니,그런 만남도 인생사는 즐거움의 하나일 터 입니다.
IMF전,여행업에 종사한 적이 있지요.지금 중국인들이 이 곳 유럽을 휩쓸고 다니듯이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우리 한국분들이 많이 오시던 시절이니,벌써 십여년이 훌쩍 넘었군요.
때는 4월말 경,이 곳의 꽃 구경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는 좋은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이드를 맡았던 일행들은
관광이 목적이 아닌 공식방문으로 일정이 꽉 차 있어,꽃은 커녕 이 곳의
유명한 풍차도 제대로 못 보시고 눈코 뜰새없는 바쁜 일정을 보낸 후
다음 행선지 독일로 가게 되었답니다.
헤어질 당시,꽃 만발한 계절에 오셨으나,이곳의 유명한 튜립공원도 못보고 가게되어
섭섭하셨던지,가이드인 저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비디오라도 보고 싶다는 말씀을
던지신 분이 계시기에 제가 주소를 받아 두었지요.
이 후 약속을 지켜 비디오를 구해서,그 분에게 보냈더니
기대하지도 않았는 데, 보내주어 정말 고맙다는 답장을 받게 되고..
가끔 서로 안부 서신을 주고 받다 보니…한국에 오게되면
만나 술 한잔 하자…말이 나오게되고……
이 양반은 고위 공무원으로 정년퇴직 이후에도,
개인 사무실을 열고 아직까지 활동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현 칠십 중반되신..저보다는 한참 연상이신 분이나…한국 갈 때마다 만나뵙고
소주잔을 나누다 보니,친구처럼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답니다.
우리의 만남이라곤 겨우 일 이년에 한 번이 고작이지만 항상 잊지 않으시고 ,
-한국에 오면 내가 호화스럽게 대접은 못해도 소주값은 책임 지겠다- 며
십여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잘 대해주시는 이 분.
타국에 살다보니 행동반경의 차이 때문인지 흘러가는 세월따라
내 땅에서 맺었던 인간관계가 서서히 멀어지고,잊혀지며,친구는 커녕
가족관계도 약간은 소원해 지는 것은,누구의 잘못도 아닌,아쉽기는 하지만
어쩔수 없는…흘러가는 우리 인생사의 한부문 일 터 입니다.
이해 관계,나이 차이,사회적 위치 등등..모든것을 떠나,
항상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소주 한 잔 얻어 먹어도 부담감은 켜녕
즐겁기만 한...그런 사람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 조차 하지요.
올 해는 제가 한국에 나가질않아 못 뵙게 되었지만,이제 년말이 다가오니
반가운 님이 보내주시는 카드가 곧 도착할 터 입니다.연세가 있으신 탓인지
아직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 분이여,고전적인 연하장을 이용,
안부 전해주시는 분은 이 양반이 유일하지요 .
작년 한국 들렸을 때에도 반갑게 만나 소주잔을 나눈 후,근간 체력이 약해진 탓인지
정신 못차리고 휘청거리는 저를 집까지 바래다 주시며 제 건강 걱정할 정도로..
아직도 정정하신 분이지만…부디 오래도록 장수하시어 우리의 친구관계가
오래 유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항상 갖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