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스 겸용)/카페 글

돈 잃고 사람 잃는다

한스 강 2021. 3. 8. 23:57

부모 형제지간에도 돈거래는 하지 마라.돈 잃고 사람 잃는다.

돈과 별 상관없는 인생을 살아와 뼈저리게 기억에 남을만한  일은

없지만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직장 초년 시절, 군 후배 한명이 밤중에 갑자기 집을 찾아왔다.

 전역 후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사는 환경도

다르고 해, 이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워낙 친하게 지냈던 후배라 무척 반가웠다.

오랫만에 찾아온 이 친구의 용건은 급하니 돈을 융통해 달라는 이야기.

오래전 일이어 기억이 희미하지만 광주에 물품을 납품해야 하는데

광주가 봉쇄되어 어쩌고 저쩌고..(나중에 광주사태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하니 이 친구 말은 거짓은 아닌 듯)

나는 당시 총각시절이라 월급 받아도

외상 술값 등등 쓸 돈이 많아 카드로 막으며 버티는 처지라 ㅎ

오죽 급하면 이 밤중에 나를 찾아왔을까 생각이 들어

어머님에게 부탁, 50 만원을  문간에서 건네니

급하기는 급한지 고맙다는 인사를 뒤로하고 허둥지둥 떠난 후배,

이후 그를 만나본 적이 없다.

지금도 그가 보고 싶은 생각이 나는 간절한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을 끊은 후배.

 

다니던 학교는 다르지만 우연히 만나 고교시절 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다.

이후 내가 네덜란드로 떠나온 이후에도 한국에 가면 반갑게

소식 주고 받으며 지내던 중, 친구가 하는 조그마한 사업에 대기업이 끼어드는

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잘 나가던 시절, 30 대에 당시 최고급 승용차라고 알려진 에쿠우스 던가 새차 뽑았다고

몰고 나오던 친구이어 별 걱정은 안하고 있었는데, 언젠가 한국 방문시 다른 친구에게

들은 그의 소식.

 

한동안 소식이 없던 그 친구가 자기를 찾아와 어머니 병원비가 부족하다해

 변통해 주었다.사업도 접고 형편이 어려워 봉천동인지 어딘지 산동네로

이사갔다. 캐나다로 유학 보냈던 딸내미 둘도 한국으로 돌아왔다 등등.

 

병원비 변통 후 몇 년간 소식이 완전 끊기어 자기도 지금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는데 혹 그가 자살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는 이야기.

 

그 말을 들으니 나도 그가 걱정이 되는 것이 고교시절 그의 부친이 하던 사업이

망해 당시 이를 비관, 음독을 해버린 전과?가 있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강한 그의 성정이나 한때 잘 나가던 친구이어 자기 처지에 대한

실망도 워낙 클터이어 자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 둘,

모두 그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도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

 

한국 사람은 유교의 영향 탓인지 서구인에 비해 체면을 중시하고 양보를 미덕으로

삼아 자기 표현에 서투르다는 말이 있다.

 

생사도 모르는 군 후배, 친구가

지금이라도 소식 전해주면 얼마나 반가울까만은

그들은 미안해서,자존심 상해서 등등의 이유로 스스로 연락을 끊었을 터

 돈을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우선인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어짜피 정의가 꼭 승리하는 세상도 아니고, 공평한 세상도 아니요

뻔뻔한 넘이 착한 사람보다 더 잘 살 수있는 세상인 줄 잘 알고있을 터,

친구야,후배야,

부끄러워 말고 나타나거라.너희들은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니 뻔뻔해도 좋다.

서로 늙어가는 처지,만사 떠나 소주 한 잔 나누며 옛 이야기나 하자꾸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