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스 겸용)/카페 글

주 님 모시는 이 시간, 축복을 내리소서

한스 강 2021. 6. 21. 22:29

이곳에서는 드문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가 오시면 열대성의 화끈한 소낙비도 아니고 부슬부슬 내리며 우중충한 분위기를 조성,

심리적으로 우울, 불안을 자극하는 북유럽의 전형적인 날씨가 일 년의 태반인 곳입니다만,

한국의 여름은 습기가 많고 무덥지만, 지금부터 8월 까지는 한국의 가을 날씨 같아 이곳도 살만합니다.

 

평소처럼 기상 후 컴을 열고 일과를 시작. 해외 백신 접종자의 격리 면제 사항을 다시 한번 꼼꼼히 챙겨

대비해 놓고 외출. 고물 소형차가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슈퍼 가는 일 이외에는 거의 운전할 일이 없으나

오늘은 약을 타러 가는 날.

 

그래 보았자 10분만 운전하면 되지만 내친김에 약국 근처 가끔 들리는 생선가게도 들리고 귀가한 바,

거의 온종일 입 뻥긋할 일  없는 일상에서 오늘은 특별히 두 번 입을 벌렸습니다.

약국 아줌마, 그리고 생선가게 처녀와의  대화를 위하여,

 

- 약 타러 왔어요.-  - 이거, 저거 주세요.-

 

두 구절을, 30년 경력의 네덜란드어로 명확하고 간결하게 구사하며, 화기애애하게 무사히 끝냈지요. ㅎㅎ

 

이곳은 유럽에서도 독일, 오스트리아 보다는 인종차별이 없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로선 종종 느끼게 됨은 타국에 사는 일종의 설움일 터이지요.

 

주로 이곳의 지식인층이 아닌 서민층?과 상대할 시 느끼게 되는데, 오늘 마주친 약국 아주머니, 생선가게 처녀

둘 다 얼굴도 밉상이 아니고 어찌나 상냥한지, 날씨 좋고 기분도 짱짱하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섭섭해

오늘 저녁은 대충 때우고 축구 보며, 주 님 모시는 시간을 가지기로 결정했습니다.

 

(당뇨, 콜레스톨, 전립선, 혈전제- 혈압약은 의사의 소견으로 당분간 끊었지요)

 기저질환이 있는 저 같은 사람은  3 개월 단위로 자동으로 메일이 오면 약국에 들르면 됩니다.

 약은 본인 부담금이 3 개월 치 3만원 정도 되지요.

 

오늘 영접할 주 님.- 가정 형편상 블루, 블랙은 건너뛰고 래드로 만족 한 병-24유로

 

삶의 이야기 20-07-29, 글 번호 44388로 이미 소개해 드린바 있어 중복되지만 올립니다.

Haring (이곳 특유의 살짝 염장한 날청어) Lekkerbek (튀긴 대구)-합- 15유로

 

P.S, 놀고먹는 일상을 속세 떠난 신선이라 했더니 저그, 북쪽 추운 나란지 어딘지,

        제 눈에는 에덴 공원에서 사슴과 동거하며 사시어 오히려 부럽더구먼, 신선이라 했다고 시샘을 하며

        들들 볶아서 속세 떠난 도사로 정정합니다.

 

        묵언 수행 정진하다 하산하여 오랜만에 입 뻥긋한 기념으로 주 님 모시는 시간을 가지기로 한,

        이 가련한 어린양의 저녁나절에 무한한 축복과 평안을 내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