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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당히 야무진 사람이 더 좋다. 2 of 2
한스 강
2021. 9. 19. 23:07
선유도 여행을 같이 간 후 다음 해던가, 제 개인 사정으로 야딩행이 미루어지자 저 대신 다른 분들을 수소문, 이분을(M) 리더로 4인이 야딩 배낭여행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지요. 마침 새로운 일행 중 한분은 저도 아는, 대구 사시는 분이여 여행 과정이 무척 궁금 했는데 결론적으로, 일행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여행 중도에 포기, 서로 찢어져 귀국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일행이 중도에 왜 찢어지게 되었는지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제 나름대로 추측하고는 있던 중, 이 후 야딩 일행 중 한 분인 대구분을 서울에서 만나 맥주 한 잔 나눌 기회가 있었지요. 별로 안 좋은 기억 탓인지 야딩행에 대해 말씀을 꺼리시는 대구분이 딱 이 말씀만 하시더군요. ( 한스 님도 아시지요. 그분이(M) 정확한 1/n 이라는 거. 우리가 찢어진 이유도 한마디로 그 1/n 입니다. 1/n 은 좋지만, 중국집에서 같이 식사 시, 배갈 한 병 주문하고 (이하 중략) 그분은 1/n 이 너무 정확해서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요, 매사에 그런 식입니다.) 아!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저의 주관대로 공개장소에 논하는 것에 대해, 망설이다가, 제가 이 글을 시작하게 된 동기이기도 합니다. 대구 분이 느꼈던 그 ‘불편함’. 저도 이분과(M) 같이 술을 마시고, 여행을 하며 만나면 만날수록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인간으로서 소박하고, 정확하고, 나름 낭만도 간직하며 곱게 늙어가시는, 한마디로 나무랄 때가 별로 없으신 분인데, 단지 그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는 점. 그 점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우리의 인연이 끝난 지금에도, 제 생각이 혼란스럽습니다. 그 ‘불편함’을 어떻게 저도 느끼게 됐는지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만, 선유도 여행 시 ‘전철로 천안’ , ‘ 길가에서 가지고 오신 참치 깡통으로 ~ 한잔’ 그 두 가지 사항에 대해서만 언급하려 합니다. 몇 번 같이 여행을 하다 보니, 이분(M)의 국내 여행 스타일은 가능하면 전철, 버스보다는 열차 ( KTX 아닌 무궁화 이용), 거의 철칙에 가까운 방식을 고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원 전철에 흔들리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며 가는 것도, 길가 한적한 곳, 퍼지고 앉아, 가지고 온 깡통 안주로 소주 한 잔 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요 일종의 낭만일 터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길바닥 낭만? 도 즐기면서, 가끔은 경제력 한도 내에서 좋은 안주 벗 삼아, 술 한잔도 해야 하는 것이 제 생각이요, 천안까지 전철로 오고 가는 것이 아무리 무료라 한들 2시간의 여정은 저로서는 고역이더군요. 무료인 전철, 가능하면 버스 아닌, 할인되는 열차 이용, 술 마실 때도 될 수 있으면 절약하시는 등등, 남에게 신세도 안 지지만 함부로 베풀지도 않는다. 이분의 검소한 태도, 절약 정신은 존중하고, 폄하할 마음은 결코 없습니다만, 그 스타일에 어우러져야 하는 ‘불편함’ 그게 부담이 되어 더 인연을 유지할 마음이 서서히 사그라지더군요. 제가 ‘불편함’을 느끼니, 이분에게 죄짓는 일은 아니려니 편히 생각하고 이후 연락이 오더라도 회피를 했답니다. 가끔 생각나는 이분. 사람은 각자의 주관을 가지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만남이었습니다. 자기 소신없이 시세에 끌려 흔들리는 사람도 별로지만, 자기 주관이 확고해, 너무 똑똑하게, 야무지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목소리를, 내가 어떻게, 어디까지 받아 들어야 합리적인지, 다른 글에서 ‘나는 적당히 불행한 사람이 더 좋다.’ 허튼소리 한 적 있지만 ‘ 나는 적당히 야무지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더 좋습니다.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