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와 꽈배기
올가을은 한국의 섬 과는 인연이 별로 안 닿는 모양입니다.
10월 6, 7일 생일도 1차 여행은 코로나 검사 때문에 부득불 취소, 아쉬움을 남겼으나
11일 백령, 대청도 2박 3일 여행이 기다리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지요.
인천 집결 시각이 일러 10일, 일요일 김포에 있는 아들 집에서 자고 11일 새벽에 일어나
인천 연안부두에 7시에 도착해 카톡을 열어보니 백령도 행 선박이 날씨 관계로 출항을 안 한다는
여행사 관계자의 급한 메시지가 눈에 띄니, 날벼락 같은 소식!
조금 흐리지만 몹시 나쁜 날씨는 아닌 것 같은데 바다 사정은 다른지
항만청의 결정이니 할 수 없이 철수, 서울로 귀가하는 수밖에.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은 날 생일도 2차 여행이 있는데 거기나 따라갈걸.
이래저래 생일도, 백령도 여행 둘 다 망쳐버린 허망한 결과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ㅎ
기분이 별로라 집에 도착하자마자 배낭 대충 꾸려 인왕산에 오르기로 작정 집을 나셨습니다.
거주하는 곳이 노원구 이어 교통이 편한 도봉산을 주로 가게 되나 특별히 인왕산을 고른 이유는
영천 시장을 들르기 위해서 입니다.
제가 선호하는 인왕산 코스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홍제동을 기점으로
기차바위를 거쳐 정상 이후 산성 옆길로 빠져 독립문 방향으로 하산하는 것이지요.
영천 먹거리 시장은 좁고 길지 않은 외길 양쪽에 고만고만한 가게들이 몰려있어
떡볶이, 튀김, 전, 떡, 순대 등 일반 잡화 상점은 없고 서민들 먹거리로 이루어진 재미있는 곳입니다.
그 골목 중간쯤에 칼국수, 만둣집이 있는데 항상 문전성시,
이곳에 들러 15개에 만원인 냉동만두를 사기 위함이 1차 목표이지요.
이 집에서 파는 만두는 딱 한 종류, 제 생각으론 부추 만두 같은데 어찌나 제 입에 딱 맞는지
한국에 오면 꼭 들려 사서 냉동고에 넣어놓고 출출하면 꺼내먹는 맛이 일품이지요.
그다음은 만둣가게 건너편 꽈배기 집에 들러 소위 시장 꽈배기를 사면
오늘의 영천시장행 목표 달성입니다.
그냥 밀가루 비비 꽈서 기름에 튀겨 곁에 설탕 뿌린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밀가루에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지 군것질로는 아주 제격입니다.
딴 가게는 아직 안 들려봐서 모르겠는데 이 시장 안에 저런 꽈배기 집이 여럿 있는 것 보면
영천 시장을 꽈배기 골목이라 칭해도 될 것 같습니다.
서울에 있는 수많은 재래시장, 시장마다 특색있고 재미있어
우리 한국의 정서, 멋을 대표하는 장소임은 틀림없습니다.
비록 섬여행이 불발로 끝나 아쉬움을 남겼지만 맛있는 만두, 꽈배기로 하루를 풍성하게 채웠고
또 오는 금요일은 카페 수필방 모임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래저래 즐겁고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지요.
시장 만두, 꽈배기는 오성급 호텔 고급요리 못지않은 행복의 원천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