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스 겸용)/카페 글

마음을 비운다는 것

한스 강 2022. 1. 23. 21:24

한국에 와서 집에서 혼자 TV 볼 여건이 마땅치 않아 네덜란드에서처럼 컴을 통해 녹화된 프로를 보게 되는데

근자에  접한, 무인도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한 남성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더군요.

'나는 자연인이다 '는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내용 전개에 식상했다 할까 대충 보고 넘어가지만, 

이 무인도 남자 이야기는 끝까지 보게 되었지요. 앞만 보고 살아가는 도시의 삶에 지쳐 복잡다단한 세상사를 
떠나고 싶은 마음에 자연을 찾고 자연과 동화된 단순한 일상에 서 행복을 찾으려는,


그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아왔던 수많은 소위 자연인과 이 남자는 별 다를 바 없는
'식상한 자연인' 중의 하나 일터나 섬에 떠밀려 오는 폐품 이용 겸 소일거리 겸 손수 틈틈이 짖고 있는 

지금 사는 집은 자기 죽으면 딸에게, 따로 마련하고 있는 다른 집은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지요.

 

나는 자연인이요 강조를 하며 속세를 떠난 듯 도인 행세를 하며 자기 일상을 과장해 보여주고 

마음을 비우고 자연과 동화되어 욕심 없이 살고 있다는 수많은 여타 자연인의 허세보다는

자기의 손때를 묻히며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는 집을 비록 오두막일지라도 자식들에게 물려주어 

아비의 체취를 느끼게 하고 싶다는 그의 말이 더욱 내 마음에 다가옴은 

그의 평범함 진솔함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자연인들이 그간의 일상을 벗어나 마음을 비우고 자연과 동화되어 단순한 삶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산으로

바다로 찾아들며 각자 새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갑자기 떠오르는 의문점이 하나가 생겼습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바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온갖 세속의 욕심을 버리고 심지어 성욕까지도 넘어서기 위해 출가를 하며 정진수도 하는 수도승의 그 비운 공간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요? 절대 무, 아무것도 없는 그런 공간은 애당초 없는 것이니 비운다는 것도

실은 그 무엇으로 채우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런 엉뚱한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가득 차 있기에 그 가득 참이 부담스럽고 힘겨워 평안감을 얻기 위해 수시로 비우기도 하지만

또다시 무엇인가로 공허함을 채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우리 인간의 일생도 어찌 보면 채움-비움- 채움의 연속인 그 수레바퀴 속의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의 무료한 일상이 힘겹게 느껴져, 그 공허감, 빈 곳을 채우기 위해 내 땅, 한국을 오게 된 지 한 달이
가까워집니다. 그간 생일도, 울릉도 여행은 무산되었지만, 통영, 사천, 사량도 여행 다녀오고  카페 걷기 방에도

3차례 참여하는 등, 나름 바쁘게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카페에 들어오는 시간이 엄청나게 줄게 되었지요.

제 일상을 온라인 오프라인 둘로 나눈다면 성정이 게으른 탓인지
온, 오프를 적당히 병행하며 시간을 적절하게 유용하게 사용을 못 하겠더군요.

그간 자연인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들의 삶이 부러운 적도 가끔은 있었지만 저는 그들처럼 살 수는 없는

전형적인 속물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자연과 친화된 순수한 삶을 동경하고
그 순수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요. 

 

온라인 오프라인을 적절히 병행하며 순수함을 잃지 않는 그런 카페 생활,

 

때로는 회원님들과 어우러지며 가득 채우고, 때로는 홀로 비워가는 시간을 갖기도 하다가 다시 허전해지면
가까운 사람들로 가득 채우는 그런 시간을 가지며 살아가면 행복한 삶이 되겠지요.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