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스 겸용)/카페 글

내가 변한 것인지, 그가 변한 것인지

한스 강 2023. 1. 2. 11:21
10월 한국에 도착한 후 코로나 덕분에 그간 소원했던 대학 같은 학번 친구들과
점심을 같이 했다는 글을 한 번 올린 적이 있습니다.


20 여명 동기 중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래야 사 오명에 지나지 않으나
그 중 낙향해 지방에 거주하는 한 친우가 참가를 못 하게 되어 아쉬운 마음에
다음 모임에는 아예 그 친구가 사는 곳을 방문하기로 합의하였지요.
 
우선 친구의 승낙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지만, 우리들도 각자의 사정이 있어
12월 초에야 그가 사는 장성을, 저 포함 셋이 2박 3일 일정으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묘소가 있는 천안까지는 이용해 본 적이 있으나 처음으로 광주 송정리역까지
장거리 ktx를 타고 가니 친구가 승용차를 끌고 마중을 나왔더군요.
 
고향이 장성이라 해도 활동 반경이 서울이었던 친구는 본인도 상처해서 홀몸이기에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홀로 되신 어머님 모시고 고향 땅을 지키기로 작정
낙향한 지 얼마 안 되었지요.


우리가 내려간다고 하니 노모는 친척 집으로 잠시 피신?을 해주시어
300평이 넘는다는 친구의 근사한 시골집은 완전히 우리의 독차지가 되었습니다.
 
장성은 난생처음이어서 저로서는 호기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여정이었지만
낯에는 친구가 운전해 그간 가보고 싶었던 선운사, 고창읍성, 석정온천, 영광 백수 해안도로
법성포 굴비 정식 등등 관광과 식도락을 즐기고 저녁에는 오랜만에 어우러져 고스톱도 치며
서로 정을 나누게 되니 저로서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여행이 되었습니다.


장성에서의 즐거운 만남과는 달리 그간 학창 시절의 다른 친구, 옛 직장 동료, 기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살아가며 인연을 맻은 사람 등등, 몇몇 또 다른 만남을 가지게 되었지만


- 타국에 살며 일이 년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하며 만난 것과
  이번에 영구귀국을 마음먹고 만나게 된 것과는 무어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미묘한 차이가 있다- 는 것을 제가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그 차이점이 무엇인지?.


만남의 종류, 그 간격 등도 각각 다를 터이지만 우선 근본적으로 제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아직은 생각하면 마음만 혼란해지고 무엇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표현을 못 하겠습니다만,


그간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났지만, 전에는 마음 편한 만남이었다면
다음에는 만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난 후에 불편함을 제가 느끼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친구, 같은 사람, 보고 싶던 사람이지만 만남 후 허전하고
외롭다는 생각마저 드니, 내가 변한 것일까요, 그 사람이 변한 것일까요.
 
제가 지속해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는 편이여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에게는 소중한 인연들인데
10월 귀국 후, 점점 인간관계가 넓어지기는 커녕 좁아지는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사랑도 우정도 우리 인간의 마음도 영원한 것은 없다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아쉽기에
우선 저에게, 제 마음가짐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