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강 2023. 2. 13. 11:51

Casta Diva (Norma)

 

요양 보호사가 오후 3-6까지, 일주일에 3번 방문, 집안일을 도와주고 있지요.
60 초반인 그녀가 오면, 좁은 집에 홀아비가 곁에 있으면 거북해할까, 저는 외출을 합니다.
약속도 없고 뚜렷한 용무도 없는 날, 집을 나가자니 그것도 고역일 때가 있더군요. 

오늘도 여성 둘이 편히 집에 있으려면 남성인 이 오빠가 희생? 할 수밖에 없으니 

동생은 도서관에라도 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라 하나 눈도 시원찮아 그것도 마땅치 않고
동네 사우나에 가는 것도 한두 번 이지, 이 추운 겨울날, 이 한 몸 어디로 갈까나 ㅎ

오늘은 오랜만에 경동 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전철을 타니 역시나 1호선, 

앉을 자리도 없이 만원이어서 출렁이는 전철에 몸을 맡기고 비몽사몽 멍 때리고 있던 중, 

갑자기 등겨가 써늘해져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베낭을 멘 젊은 청년이 씩씩하게 제 등을 치고 지나가며 일으키는 쓰나미!

저쪽으로 멀어져 가는 청년은 자기가 일으킨 소리 없는 파문이 이 초로의 신사를

비몽사몽에서 현실로 돌아오게끔 했다는 사실조차도 인식 못 하는 것 같더군요.

저도 배낭을 등에 메고 전철을 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앞으로 전철 탈 때는 꼭 배낭을 앞으로 메야겠다 다짐을 해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정초라 그런지, 장바구니를 끌고 다니는 노인네들이 많아,

걸을 때 발에 치일까 걱정이 될 정도로 인산인해인 경동시장의 인파를 헤치고
오늘의 목적지, 먹거리 장소로 직행했습니다.

안동 칼국시 -안동집, 순대국밥- 경동식당, 만두전골- 권영수 대가 만두전골
연탄 숯불구이- 감초식당, 해산물- 벌교식당.  등


오늘의 임무는 - 인터넷 서핑으로 알아낸 상기 식당의 위치 파악,
그리고 홀몸도 받아 준다면 시식까지 -

그중 칼국수 집이 혼자도 괜찮다고 해 소주 한 병, 값이 저렴한 수육도 있어 한 접시,

술안주로 시키고 후식 겸 칼국시도 주문했습니다.


낮술에 약간 딸딸 해 진 시각이 오후 4시경.
단골 대폿집이 문을 열 시각도 되어 다시 전철 1호선을 이용,
오늘의 2차 임무인 - 맥주로 산뜻하게 입가심하기- 무사히 끝낸 후, 귀가한 시각이 오후 6시 반경.

저도 이래저래 배가 부르고 동생도 요양사와 이른 저녁을 먹었다고 해
서로 저녁 식사는 생략하게 되었지만, 동생과의 무언의 약속인, 가능하면 7시 이전에 귀가 ,
식사 같이하기도 지킨 셈이 되어 그럭저럭 만족하는 하루 나절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일과를 마치게 됨을 저 위에 계시는 분에게 감사드리며
이상 허접한 한스의 일과 보고를 맞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