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스 겸용)/카페 글

네덜란드 바보 상자 풍경

한스 강 2023. 7. 23. 17:47
 
Franz Schubert Impromptu Op. 90, no. 3 - Henderson Kolk Guitar Duo


무심코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다가 오래전 네덜란드에서의 바보상자(T.V.) 기억이
갑자기 떠오름은 웬일인지. ㅎ


기억도 희미한 어느 저녁나절,
오늘처럼 마땅히 볼만한 프로가 없어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던 중,
인상이 선해 보이는 이가 전동 휠체어에 앉아 중얼대는 화면이 떴다.


불만이 가득찬  표정으로 고운 얼굴 구기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
채널 고정하고 들어보니, 성생활이 불만이라고,


 이 양반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 거시기 성능 및 신체조건 문제가 아니라고? -
- 그럼? 섹스 보조금 적다고? -


당시 독신 장애우는 기본 생활 보조금 외에 최고 월 125유로까지 네덜란드 정부에

청구할 수 있었다. 오래전 이야기이니 지금은 얼마나 주는지는 모르겠다. 최저 섹스 생계비? ㅎ.

- 그것도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저리 입이 나왔노? -


듣다 보니 이 아저씨 애로사항을 이해하게 되었다.


생리 현상을 해결하고 싶어도 도대체 상대를 구할 수가 없다는 게 요점이었다.

적법 (?)사용처 증빙 서류를 받아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바, 영수증 발급을
아가씨들이 세금 문제로 꺼린다는 것.


좀 황당하기는 하나 이해가 가는 일.


-일반인보다는 상대하기 힘든 그런 특수 영업을, 
누가 다 화이트로 하겠어! 영수증 없는 불법이면 몰라도 -


하여간 그건 아저씨 개인 문제지 내 관심사도 아니어서 넘어가려는 중,
프로 제목이 무언지 몰라도 이어지는 장면이 영,


- 아니 저분은 왜 나오는 거야? -


입술에 덕지덕지, 울긋불긋 무지개색 요란한 천으로 껍데기 뒤집어쓴 

아가씬지 아줌만지가 졸지에 화면 스크린에 비치더니,
휠체어 쪽으로 서서히 다가가고,


아줌씨가 아저씨를 죽이는지 살리는지 야릇한 소리만 은근히 들리며 
희미하게 뒷배경 처리 후,

영 느끼하게 생긴 해설자, 정면에 크로즈업되면서 한마디 말씀.


이리 이러한 문제점이 있으므로, 장애우 복지 차원에서
유흥업에 종사하는 아가씨들의 많은 동참을 호소한다나 뭐라나 ㅎ

영 코미디 같은 해설자의 목청은 들리지도 않고, 실황중계 안 하고 희미하게 처리된
뒤쪽 화면이 무척 궁금한 가운데 프로그램은 끝나버렸지만
네덜란드라는 나라가, 한편으론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네덜란드는 여타 나라보다 한 걸음 앞서 걸어가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공창 제도, 대마초 허용, 동성결혼, 안락사 허용 등등 

내 싫어 떠난 나라이지만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었던 제2의 고향.


멀리서 보면 더 잘 보인다고, 이제 조국에 돌아오니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함은 아직 그 땅에 미련이 남아있음인가.


어쨌거나 나로서는 평생 잊지 못할 곳, 네덜란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