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효과적으로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메일로 문의하는 회원들이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답장을 적어 보내지만, 역시 쪽지나 메일이라는 분량의 한계 때문에, 자세하게 쓰기가 곤란하네요.
해서 여기 게시판에 한번 정리해서 올려 봅니다.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외국어에 대한 열정과, 그 열정을 바탕으로 꾸준한 노력만 겸비된다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게 외국어입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공부법을 모른다면, 역시 제풀에 지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듯 합니다.
저는 외국어를 공부할 때 일단 회화책 한권을 사서 완벽하게 암기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그 외국어의 발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여기 게시판에도 쓴 적이 있지만, 세계의 모든 언어는
음성학적인 측면에서 그 발음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위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 원리와 위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외국어 발음을 연습하면, 누구나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을 낼 수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대학 시절에 음성학 강의를 1년 들은 덕분에, 어느 언어나 한시간 정도 듣고 분석을 하면,
그 언어의 발음에 대한 원리와 조음점(위치)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음성학에 대해 조예가 없는 일반인이, 외국어 발음에 대한 정확한 감수성을 가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경우엔 발음이 녹음된 자료들을 사용해서 계속 연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만,
일단 다음과 같은 측면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음에 있어 한국어의 변별력은 ㄱ-ㅋ-ㄲ, ㄷ-ㅌ-ㄸ,ㅂ-ㅍ-ㅃ, ㅈ-ㅊ-ㅉ 등으로 구성됩니다.
ㅋ이나 ㅌ은 격음이라고 하여 완전 무성음이고, ㄲ이나 ㄸ은 경음이라 하여 완전 유성음이지만, 문제는 ㄱ,ㄷ,ㅂ,ㅈ...
이 네개의 자음은 단어의 처음에 올 때는 무성음인 k, t, p, tz(ʧ), 로 소리나지만,
유성음이나 모음의 뒤에 오면 유성음으로 변하면서 g, d, b, d, z(ʤ) 로 소리가 납니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한국인들이 유럽어나 일본어를 배울 때 음성적인 혼란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어의 부부를 발음기호로 표기하면 pubu가 되고, 다도 역시 tado가 되는 것이고,
외국인들이 한국의 성인 김이나 박을 킴이나 팍으로 듣게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의 문제가 발생해, 한국인이 영어를 발음할 때 back desk를 한국식인 백 데스크로 발음하면,
그네들의 귀에는 pack task로 들리면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발음이 됩니다. (꾸러미 작업? ...)
마찬가지로 일본어의 오후 다섯시(午後 五時)는 발음기호로 표기하면 gogo goji가 되는데,
한국어인 고고 고지라고 발음하면, 제일 앞의 고는 ko로 발음되면서 음성적인 혼란이 발생합니다.
(나머지는 앞의 모음인 ㅗ의 영향으로 자동으로 유성음, 즉 g로 발음됩니다. 하지만 고고를 발음하고 잠시 쉬면,
뒤의 고지는 역시 koji로 발음됩니다. 모음인 ㅗ의 영향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쿄토에 있는 절인 금각사를 kimgakuji로 발음하면 金閣寺가 되지만,
gingakuji로 발음하면 錦閣寺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입니다.
우리말 ㄱ,ㄷ,ㅂ,ㅈ의 속성 때문에 단어의 처음에 오는 유성음을 발음하는 것은,
한국인에게는 본능적으로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아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ㄱ,ㄷ,ㅂ,ㅈ 이 유성음 뒤에 오면 유성음로 변하는 원리를 이용하여,
이러한 자음의 앞에 응이나 은, 또는 음 등의 유성음을 살짝 넣어서 발음하면 됩니다. 응과 은이 쉽네요 ...
(참고로 유성음은 모든 모음과 ㅁ,ㄴ,ㅇ 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절대 어려운 작업이 아니랍니다.
일본어의 오후인 고고를 발음할 때, 앞에 살짝 '응고고'라고 발음하는 기분으로 하면서,
응의 발음은 비강(코의 안)으로 삼키는 기분으로, 성대가 확실히 떨리는 것을 느끼면서 발음하면 됩니다.
물론 유럽어의 g,d,b,j,z 등을 발음할 때도 같은 원리로 발음 하면 됩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반복해서 연습하면서,
단어의 처음에 오는 무성음과 유성음의 차이를 터득하시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냥 기계적으로 연습하면 안되고, 자신의 소리를 귀로 들어가면서,
유성음과 무성음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끼고, 그 다음에 자신의 것으로 확실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한국인들이 가장 음성적인 혼란을 일으키는 발음이 l 과 r 입니다.
l 은 설측음이라고 해서 혀를 입천정에 완전히 밀착시켜서 내는 소리고,
r 은 설전음이라 해서 혀가 입천정에 닿지 않은 상태에서 발음됩니다.
예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우리말에서도 이 두개의 음은 확실하게 구별됩니다.
앞의 설측음은 울릉도나 설렁탕처럼 ㄹ이 두번 겹칠 때 확실하게 소리나고,
설전음은 바람이나 구름 등의 ㄹ에서 확실하게 소리가 납니다.
다만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연구하신 결과, 한국어에서는 이 두개의 음을 문자적으로 구별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으로
그냥 하나의 ㄹ로 통일하게 된 것이고, 그 결과 한국인들이 외국어를 배울 때
설측음과 설전음을 구별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한 음성적 혼란은 한두가지 아닙니다.
가령 한국인들이 I love you 를 그냥 한국어 발음으로 아이 라브 유 라고 발음하면,
원어민들의 귀에는 I rape you(나는 너를 따먹을 것이다) 처럼 들리게 되어서,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게 됩니다.
또한 play를 그냥 프레이라고 발음하면 pray처럼 들리게 되어,
놀러가는 것인지, 기도하러 가는 것인지 구별할 수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아주 간단합니다.
영어의 ㅣ을 발음할 때는 울릉도나 설렁탕처럼 ㄹ을 받침과 초성으로 겹치게 하면 됩니다.
가령 당신을 사랑해 하고 싶으면, 아이 라브 유라고 하지만 말고, 아일 라브 유라고 하면 대충 비슷하게 됩니다.
low나 lay처럼 초성에 l이 오는 경우에는, 앞에 살짝 '을' 발음을 넣어서, 을로우, 을레이라고 하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r을 발음하고 싶으면 우리말의 바람이나 구름의 ㄹ 처럼 혀가 입천정을 살짝 스치는 기분으로 하면 됩니다.
영어에서 한국어의 이런 ㄹ과 비슷한 발음은 주로 스코틀랜드나 영국 영어에서 나타나는데,
혹시 미국식으로 하고 싶으면, 혀가 입천정에 닿지 않은 상태에서 ㄹ을 발음하면서,
혀를 바깥쪽으로 펴는 기분으로 발음하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식의 ㄹ로 발음해도 음성적인 혼란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미국식으로 혀를 굴려대는 영어가 우수한 영어인 것처럼 생각되는 이상한 풍습이 유행이지만,
외국어 발음은 그런 잔재주보다는, 얼마나 음성적인 원리를 잘 알고 소리를 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일부러 미국인처럼 보이려고, 혀를 비정상적으로 말거나 굴릴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 간단하게 써보려고 했는데, 역시 발음만 제대로 정리하려 해도 분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줄이고, 다음에 더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정확한 발음은, 음성학을 제대로 배운 사람과 일대일로 배우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죠.
혹시 위의 내용을 읽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분들은 쪽지나 메일로 질문해 주시면, 가능한한 대답을 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