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전,여행업에 종사하다보니,평소에 우리같은 서민이 접하기 힘든?
그런 분들을 만나 볼 기회가 가끔 있었지요.
중식 후,지하에 자리잡고 있던 기념품 가게로 내려가는 도중,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분들 중,낯이 익은 초로의 노신사.
기운이 없는 듯한, 멍한..그런 표정으로 조용히 앉아 계시는..
군인으로 최정상까지 올라갔으나 역사의 아이러니로 졸지에 옷을 벗게된 이 분.
친근한 동네 아저씨같은 인상으로 평소 호감을 가지고 있던 터이라
공연한 번거로움을 끼치는 실례를 무릅쓰고 아는척 한마디 던졌지요.
-뵙게되서 반갑습니다.요즘 건강은 그래..어떠세요.-
-어..그럭저럭 지낼만 해,나도 반가워-
-아네요,이 양반 그냥 하시는 말씀이시지,별로 좋지만은 않아요-
옆에서 한마디 거드시는 분은 사모님 되시는 모양,사모님 말씀처럼 이듬해이던가?
메스컴을 통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니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군인으로서 정권 탈취하려는 반도?로부터 나라를 지키지못해 부끄럽다는
한을 가지신 탓인지,잠시 뵈었지만,선한,친근한 이미지를 풍기던 분,
쓸쓸한 표정으로 앉아계시던 모습이 눈에 어립니다.
성XX 라는 단체 가이드를 맡게 되었습니다.
퇴역장성의 모임이라 하니 면면을 다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일행 30 여명중,나에게도 낯이 익은 국방장관 역임하신 분이 두 분 계신,
한마디로 별들의 행진.
효도관광 오신 분들처럼 시끌벅적하고 흥겨운 분위기는 없었지만,
질서정연하고,아무 문제 없이 일정이 진행 되던 중,
버스 집합 시간에 한 분이 늦어진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지각하신 분은 마침 국방장관을 역임하셨던 이xx 님.
일정 진행 중,목에 힘주시는 분들도 없고,시간 관념들도 모두
정확하시고,한마디로 장성 출신답게 딱뿌러지는 모범적인 단체였지만
무언가가 심심한,2 % 부족한 그런 느낌이 들던 차,
늦었다고 해봤자 한 2-3 분이여,그냥 넘어가도 될 일이지만
모르는 척하고,반응도 볼 겸,한마디 던졌지요.
-아저씨,늦으시면 어떻해요,딴분들이 기다리시잖아요-
-어,미안해..가게 물건 보다가 잠시 깜빡…-
장군도,장관도 아닌 아저씨에 악센트를 일부러 주고
퉁명스레 내뱉은 제 말에,미안해 하시며 대꾸하시는
이 분의 표정이 어찌나 순박한지,
-빨리 버스나 타세요-
무뚝뚝하게 말 던졌으나,마음속으론 -장관님, 당신은 참 좋은 사람 입니다.-
혼잣말 했답니다.
이 분 재직시 국방부가 어찌 돌아갔는지,대한민국 안보에
이상무 였는지,내 모를일이나,
당시 국방부장관실은,최소한 분위기는 좋았을 것 같다는게
제 느낌이요,추측입니다.왜냐하면 꽤나 인간적인,
군림하지 않는 장관님을 모시고 있었을 터이니..
승용차로 부부,자녀 2명,일가족을 관광 시키는 일정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온 학생 가이드.
-어때, 잘 얻어 먹었어?-
그가 가이드 했던 가족의 가장 되시는 분이,누구라면 다 알만한
당시 정부 고위층 인사,경제인 출신으로,돈도 많다던? 사람이였기에..
모시고 다니며 식사 대접 잘 받았느냐는,진담반 농담반으로 한마디 던진거지요.
-아구, 말도 마세요. 얼마나 짠돌인지..배고파 디지는 줄 알았어요.
온 종일 햄버거 하나 먹고 버티는 바람에..-
-아마 그 사람이 짠돌이라기 보다는 눈치 봐서 그런 모양이다.
해외 관광가서 돈쓰고 다닌다고 신문에 날까봐-
-그런건지,정말 짠돌인지..하여튼..재미없고,배고프고-
시튼둥한 가이드의 말에 일전 제가 직접 드라이빙 가이드 했던,
재벌 2 세인,사람이 생각나더군요.
환우중인 아버지를 대신해,이 곳에 상을 받으러 온 재벌 2 세.
부친이 이 곳에서 받을 상의 이름은-올해의 기업인- 이던가?
수행 비서 말을 빌리자면 대단한 상이라 한국 신문에 기사로 날 것이라는,
전세계 동종업 종사자 중 올해의 인물을 뽑아 상을 수여하는 행사가
이 곳에서 열린 것이지요.
대단하긴 대단하더구만요.저녁 식사를 겸한 파티겸,시상식 행사였는 데,
각 테이블 마다 참가자의 명패가 있어 서 있는 사람은
모시고 온,운전수나 나같은 가이드 뿐이고..
비록 물 한모금 마실 기회도 없이 식이 끝날 때까지 구석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처지였지만 그런 호화스럽고 격식 제대로 갗춘 파티도
볼만 하더군요.
3 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비서가 호텔 체크 아웃을 카드로 계산하는 것을
우연히 목격한 바,숙박비만 우리나라 돈으로 5 백여만원.
장황하게 재벌 2 세의 호화로움?을 계속 언급하느냐구요?
제 의도는 따로 있답니다.
3 일동안 방문지 혹은 파티장을 운전만 하고 다닌,비록 곁에서만 스치며 보고 느낀
지극히 제한적인,개인적인 생각이지만,재벌 2 세
그 사람의 사람 됨됨이를 말하고자 함이지요.
한마디로 그는재벌 2세로 모자람이 없는,그런 자격을 가진 사람이였습니다.
얼추 옆에서 보더라도 결점이 없는 그의 행동,궁금하여 이력을 보니
소위 KS마크 출신으로,학벌도 훌륭.
어떤 사람을 진정으로 부러워 해보긴,저로서는 그가 처음입니다.
그가 가진 모든것,재력,학력,인격,심지어 외모,겸손한 행동까지..
하늘이 좋은점,유리한 점,그 모든 것을 그에게 부여해 준 것 같아,
물론 겉으로 보여진 것에 한정된 것일 터이나,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순간에도 그가 부럽답니다.
우리 가이드를 배고프게 했던,그 사람은
지금 더 잘나가 초고위층이 되었고,재벌 2 세는 부친 작고 후
그룹을 이끌어 나가고 있더군요.
남의 눈치 의식한 탓인지,혹은 진짜 짠돌이인 탓인지,
정확한 이유야 모르지만 가지고 있는 돈 제대로 못쓰고
혹은 안쓰고,우리 가이드 햄버거 하나로 버티게 끔,배고프게 만든 사람.
호텔비 3일에 5 백만원 냈지만 가진 돈 남의 눈치 안보고
자기 위치에 어울리게? 정정당당하게 자기 돈 쓴 사람.
저는 우리 가이드 배고프게 만든 그 사람 보다는
재벌 2 세에 손을 더 들어주고 싶습니다.
때 되면 재래 시장 찾아다니며 길거리에서 오뎅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고위층? 사람들의 모습이 무언가 어색한 것 처럼
시장 모판에 앉아 순대 사먹는 고위층, 재벌 2 세 보다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그 들의 모습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게..
제 좁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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