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스 겸용)/카페 글

아직도 궁금한 일

한스 강 2022. 3. 6. 23:01
나는 주님 모시기를 좋아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님 자체보다는 어우러지는 시간, 공간 그 분위기를 좋아한다.
여럿이 모여 찬양하기 보다는 마음에 맞는 둘, 혹은 서너 명이 서로 이야기 나누며 
오붓하게 보내는 시간은 일상의 지루함을 벗어나 다시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 

혹자는 건강을 위해 주님을 멀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건강이 허락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나에게서 멀어지기 때문에
그 순간까지는 주님 섬기는 시간을 즐길 작정이다.


한 마디로 주님은 나의 목자요, 일용할 양식임은 틀림없다. ㅎ


다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님의 영향력을 내 몸이 버티지를 못해
걸음걸이가 불안정해 잘 넘어진다거나, 소위 필름이 끊어지는 불상사가 간혹 생기어
나름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깜빡하는 사이에 주님이 내 정신력을 이기는 순간이 도래, 

나중 생각하면 후회막급, 참담한 현상이 일 년에 한 두 번은 벌어지니 문제이다.

이곳 네덜란드에서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주님 모시는 양도 많지 않기에 

문제가 안 되지만 한국에 가면 확률이 높아지게 마련.

재작년 한국 방문 시, 주님 찬양 후 귀가 중, 전봇대를 벗 삼아 잠시 주무신 모양.
서늘한 공기에 잠을 깨니 이미 전철이 끊어진 시각, 
항상 현찰을 넣고 다니는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내 기억으론
틀림없이 이 삼십만 원이 남아 있어야 할 텐데 텅텅 비어있다.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지만, ATM 기기 찾아 겨우 귀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손목시계도 행방불명.

경찰인지, 행인인지 누가 나를 깨운 것 같은 어렴풋한 기억이 나니, 
어떤 양반인지 모르지만 나를 깨우는 척하며 내 주머니 뒤지고 시계까지 털어간 모양.

영화에선 소위 퍽치기라고 흉측한 일도 벌어지던데 몸 성한 게
다행이라 생각하고 빨리 잊어버리려고 한 씁쓸한 경험이 있다.

작년 한국 방문 시에는 코로나 덕에  기회도 적어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주님 적당히 모시고 귀가한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와이셔츠 주머니에 모르는 명함이 한 장.

내 딴에는 적당히 모셨다 하나 술집에서 나온 기억,

귀가 중 길가에서 누구하고 이야기 나눈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곤 나머지는 가물가물. 필름이 잠시 끊어졌나 보다.


몸도 성하고 잃어버린 것도 없고 주님 모시기 전과 후에 변한 건 없으나 
명함 한 장이 추가되었다. 명함의 주인은 ' xx사, 서xx' 내가 전혀 모르는 분이니 
어제 귀가 중 받은 것 같은데 혹 실수나 한 건 아닌지? 
이 양반과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궁금해 사무실, 헨드폰으로 전화해 보니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는다.
이후 몇 번 연락을 해 보아도 전화를 안 받기에 잊어버리고 네덜란드에 돌아오게 되었다.

이후 헨드폰의 주소록에 이분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탓인지 카톡에도 이분이 뜨기에 

열어보니 나 보다 서너 살 위로 보이는 중후한 모습,
그리고 손자인지 꼬맹이 사진이 들어있어 다시 궁금증이 일어나
간단한 내 소개와 더불어 죄송하나 그날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선생님의 명함을
내가 가지고 있게 되었는지 제가 전혀 기억이 없으니 알려 주십사 카톡을 보내 보았다.


결과는 내 궁금증을 풀어내는 답장은 고사하고 나와는 상종하고 싶지 않은 심사이신지

카톡에 올려있는 본인, 꼬맹이 사진도 지워져 버리고 없으니 이게 무슨 일인지. ㅎ

즐거운 대화는 아닐지언정 우리 둘이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나누고,

내가 명함을 강탈한 것은 아니니 싸움을 했었을 리는 없을텐데
나중에 내 연락을 차단하는 이유는 무얼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의미로 없애버릴까 하다가
명함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이유는 지금도 정말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날 도대체 이분과는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명함을 건넨 후 연락을 차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에게는 영원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Mea culpa !
주님, 이 어린양을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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