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스 겸용)/카페 글

어느 가을밤의 꿈

한스 강 2023. 1. 2. 11:20

평소와는 다르게 활달한 표정으로 그가 말을 걸어옵니다.
우리의 즐거웠던 시간은 이제 흘러갔으니 서로 갈 길을 가자고,


대성통곡은 아닐지라도 쓰디쓴 표정이라도 보여주어야 마땅할진대,
내 마음만 그런가 봅니다. 밝고 산뜻한 표정으로 그가 다가왔을 때
미리 짐작을 했더라면 내 마음이 덜 아팠을까요.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란해 멍멍해진 나를 놔두고 그가 저 안개 속으로 다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실루엣이 희미해져 이제는 더 이상 그가 보이지 않게 되자 - 아! 내 한국 주소를 그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급해져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린 그를 찾아 헤매다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나를 버리고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게 아니고
다시는 못 올 곳으로 가버린 사람이라는 것을,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니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버리고 떠나간 것이 아니요, 살아생전 다시는 못 볼 사람이라는 것이
다행으로 느껴지니, 그를 떠나보낸 지 8년이 되어가는 지금, 나는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나 봅니다.


그도 나를 아직도 사랑함에 틀림이 없을진대 왜 그는 오랜만에 화사한 모습으로 나타나

작별의 인사를 해서 잠시나마 내 마음을 철렁하게 했을까요.


꿈이어서 천만다행이지 그가 내 옆에 내 마음속에 항상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감사하게 여기는, 한여름 밤의 꿈이 아닌- One Autumn Night.- 
어느 가을밤의 꿈이었습니다.


혼자 산책할 때, 혹은 오늘처럼 꿈속에서,
불현듯 나타나 내 마음을 아리게 하는 그런 인연들이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인연을 맺고 헤어짐은 우리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요
자연의 법칙 이어 수긍하고 받아들여야 함은 머릿속으로는 이해되지만
아직은 여린 저로서는 가슴 아픈 일입니다.


언제 이 여린 마음에서 벗어나 세상의 이치를 긍정적으로 수긍하며 항상 마음을

평안하게 유지하게 되려는지, 여느 때처럼 평범한 이 가을밤, 컴 앞에 앉아

잠시 산란했던 내 마음을 다시 한번 추스려 봅니다.


내 마음의 평화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