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해송(海松 )

[스크랩] 지나간 것은 응당 그리워 지느니.

한스 강 2008. 9. 1. 18:24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Marina, Nockamixon State Park, Pennsylvania.

 

지나간 것은 응당 그리워 지느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모든 것은 순간적으로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응당 그리워 지느니.

 

70년대의 한국 이발소 거울 옆에 흔히 걸려있던

러시아의 시인 푸슈킨(Alexander Pushkin)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의 일부다.

 

그 때는 첫 소절이 마음에 와 닿더니

지금은 마지막 소절이 가슴을 저민다.

 

그리움이란 게 무얼까?

정말 고통스러웠던 일들까지도 그리운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 고통이 아니라 그 시절 그 때가 그리운 것이다.

그리움이란 상실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리움의 대상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장소나 세월이나 또는 어떤 에피소드도 된다.

 

귀소본능(歸巢本能)은 동물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내게 역마살(驛馬殺)이 있는지 77년에 한국을 떠났으니

남들은 앓지 않아도 되는 향수병마저 간간이 찾아 든다.

 

미국은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노동절 연휴라서 동네가 조용하다.

옛날 생각에 책을 들고 Nockamixon State Park 엘 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주 데리고 오던 곳이다.

옛날 그 피크닉 테이블에서 책을 펴 들었으나 몇 페이지 읽다가 덮어야 했다.

 

옆 테이블에 옛날 우리 애들 만한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를 보면서

저 부부도 언젠가는 나처럼 오늘을 추억 하리라는 상념 때문이다.

 

세상엔 변해서 슬픈 것이 있고, 변치 않아서 슬픈것이 있다.

 

피어 오른 뭉게구름과 호수의 푸른물이 옛날과 너무도 같아서

옛날이 더 그리웠던 일요일의 오후.

 

8/31/08

 

 

출처 : 아름다운 60대
글쓴이 : 해송(海松)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