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스 겸용)/카페 글

[스크랩] 시골 구석에 있는 한국식당에 가다

한스 강 2017. 1. 8. 19:34
몇 십년만에 한파가 몰아친 올 겨울,
물과 초원뿐인 이 곳이니 온 천지가 스케이트 장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바람이 차가우나 다행히 날씨는 맑아, 더 멀리
깡촌으로 이사간 동생집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암스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반 여 걸리는 힐바른 베이크라는
시골 구석에 살던 동생이 작년 말에 아이젠 다이크(Ijzendijk)라는 
더 깡촌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이 곳은 물을 건너야 해- 물론 해저터널을 통과하지만-
암스에서  3시간 정도는 운전해야 하는 곳으로, 
네덜란드라기 보다는 벨기에에 가까운..
벨기에 국경에 위치한 조그마한 마을로,
제 눈으로는 힐바른 베이크와 별 다를 바 없이
적적하고 심심해서 엄청 외로울 것 같은 데..
동생은 이 곳이 훨씬 더 좋다고, 아주 맘에 들어 합니다.
동생한텐 그럴수도 있지요. 왜냐하면 이 곳은 제이란드(Zeeland) 라고 불려지는
전형적인 네덜란드 간척지로 이루어진 지방이여 사방이 뻥 뚤린 농경지대이면서
해변가이여, 오목조목한 여름철 관광지가 많은  곳이랍니다.
 
바깥 날씨가 싸늘하나 동생과 마을 구경 나갔습니다.
시내 중앙 광장이라 하는 데..정말 시골은 시골..
인간은 안 보이고..주차해 논 자동차만 보이네요..
 
누가 여기는 네덜란드 아니랠까봐.. 이 곳에도 풍차는 있네요.
하여간 조그만 마을 산책 십여 분 했는 디..오늘이 금요일 오후라
사람들이 제일 나돌아 다니는 시간이건만 ..인간 코빼기 보기 힘들고. 
완전 썰렁 그 자체.. 애고..난  정말 이런데 못 살어..ㅋ

갑자기 이 사진은 뭐냐구요?  세상에.. 저 깜짝 놀랐습니다.
동생이 식당에 저녁 예약 했다고 해  가게된 곳이..
한 십분 운전하면 도착하는 다른 작은 도시,  오스트 부르그
(Oostburg) 라는 지명도 처음 들어 보는 마을인디…
 아, 글씨 이 곳에 한국 식당이 있지 뭡니까..
암스테르담에서도 보기 힘든 ,귀한 것이 한국 식당인데..
-그 만큼 우리는 여기에서 소수 민족이랍니다-
이 촌동네에..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태극 마크도 선명하고? 한글로 고려정이라고 적혀있는
간판을 보게 됐으니..동생도 너무 놀래서, 당장 예약 했다 하더군요.

우리 한국 교민사회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이 식당.
도대체 여기 주인이 누군지, 어찌 이런  시골 구석에 한국 식당을 
오픈 하게 됐는 지 너무 궁금 했습니다만..
우리 추측으로는 아마 조선족이 여기까지 와, 개업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지요.  나중에 주인여자와 이야기 나누어 보니 
조선족도 아니고 순수한 중국사람이..한국 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사 하는 곳이였습니다. 메뉴나 간판등 , 제법 흉내는 냈습니다만
고려정을  “ goolizeng “ 이라 영문으로 표기 한 것 보니, 중국사람이 
확실 한 것 같습니다.

주인 아줌마에게 비빕밥 아냐 물어봤더니 잘 모르더라구요.
비빕밤이 메뉴에 없는 한국식당,고려정의 주 메뉴는..구이 입니다.
중국인이 한국 불고기 구이-바베큐에서 힌트를 얻어 낸 식당이
바로 이 곳 ..일인당 29.50 유로, 구이 메뉴를 주문 했습니다.


주인 아줌마가 자랑스럽게   “기미치” 라고 하면서 가지고 온겁니다.
오이소배기..놀랍게도 맛이 제대로 뱄더군요. 김치는..영 ..
육안으로는 괜찮습니다만, 중국 고추가루 써서 그런가?
하여간.. 먹다 말았습니다.


김치 옆에 있는 소스 그릇 속에.. 고추장과 달작 지근한 간장 소스..
고추장을 갈비 소스라고 중국 아줌마가 설명 하더군요. ㅎㅎ
새우만 매운 소스로 양념 했을 뿐, 양념을 전혀 하지 않은…
삽겹살로 시작, 3가지 종류 소고기, 연어, 생선, 새우가 연이어
나오는 데..아주 괜찮더군요. 가스가 아닌 숯불에 구워 먹는데..
고기 질도 좋고.. 정말 잘 먹었습니다.

좌석이 6-70 석은 되는 데..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몰라도
꽉 찼습니다. 물론 동양인은 동생과 저 뿐이고요.
한마디로 놀랬습니다. 이 시골 구석에..바베큐 , 구이만 하는
가짜? 한국식당이 이렇게 성업 중이라니..중국인들의 상술이
다시 한 번 느껴지는 순간이였습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우리 진짜 한국식당은…애고..
사람 손많이 가는 전형적인 한국 식당의 수많은 메뉴들..
해파리 냉채, 전 부침 등등 그거 해대느랴 주방에서 난리 나고.
현지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 지지도 않고, 별로 손님도 없는 데..
이 곳 시골 가짜 한국식당은 손도 별로 안가는 간단한 구이 메뉴 
하나로 손님이 바글바글 하니..외국에서 한국 식당의 정체성에 대해…
메뉴 선정, 비지니스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 해야 될 것 같은
자괴감 마져 들었습니다.
비록 가짜 한국 식당이지만 잘 먹고, 또 오랫만에 친한이들 모여
화기애애한 탓인지 와인을 많이 마시게 되어..
다음 날 근처 관광을 하기로 예정 했으나..다 취소하고..
토요일  아침 먹고 암스로 올라 온..
아주 싱거운 동생집 방문이 되어 버렸습니다만..
저 촌구석에 자리잡은 가짜 한국식당 “ 고려정”
그 곳이 심어준 강렬한 인상은, 우리 뿐만 아니고
암스테르담에 사는 여타 한국교민들에게도 당분간은 
충분히 화제 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출처 : [우수카페]귀농귀촌 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한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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