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교민이 소수 이어, 변변한 모임이 없어 교회, 골프 회동이 고작.
나는 골프도 치지 않고, 교회도 다니지 않아, 내 가까운 몇 사람과의 만남이 내 인간관계의 전부이다.
지금은 한국에 사는 아들은 교회를 다녔기에, 아들이 집에 오면 왜 아빠 모시고 교회에 나오지 않느냐
교인들이 성화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서 악착같이 버티고 아들만 보내느라 힘들었다. ㅎ
살아가며 외로울 때나, 어려울 때,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신앙심을 가진다는 것은
본인의 선택적 의지라면, 나쁜 일이 아니기에 아들이 다니는 것은 찬성이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편이요, 무엇보다 내가 교회를 멀리하고 골프도 몇 번 쳐보았지만
단체회동을 꺼리는 이유는 그곳이 '말의 온상'이라는 거부감 때문이다.
인간관계를 넓여야 하는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어서 나로서는 별 문제가 안 되었다.
어느 집에 숟갈이 몇 개 있는지 서로 알 정도로 좁은 사회이다 보니 모이면 특별한 주제가 없는 이상
남의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무료할 때, 남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 갑자기 화제가
풍성해지기 시작한다. 칭찬보다 흉을 볼 때, 성공담보다 실패담이, 잘될 때 보다 못됐을 때,
내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하며 서로 수다를 나눌 때의 즐거움을 어디에 비기랴. ㅎ
술좌석에서 어느 정도 얼큰해지면, 남의 이야기로 수다 떨다, 어느 순간 아차! 하며
작금까지 안줏감으로 삼던 이에게 미안한 감이 들어- 이제 우리 그 친구 이야기 그만하자,
그 친구 귀 가렵겠다-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며 마감하곤 했던, 나 자신을 돌이켜 봐도 그렇고,
왜 사람들은 모이면 남의 이야기를 할까, 아니 하게 될까?
심리학자, 사회학자도 아닌 나로서는 생각해 봐도 별 수 없으니
-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주변에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여 자기 자신으로 시작
타인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여? - 쉽게 결론 짓고, 골치 아픈 생각 더 안 하기로 넘어갔지만
남 이야기한 나 자신을 반성하며 나 자신에게 지키기로 한 약속은 있다.
둘이 만나 타인의 이야기를 하며 희희낙락해도 둘 사이의 대화로 끝내야지
절대로 우리끼리 나누었던 이야기를 제삼자에게 전달하지 말아야 함이 원칙이요
혹 입이 근질근질해 못 참고 실수로 제삼자에게 말을 해버렸을 때라도
절대로 실명을 언급하지 말자는 것이다.
‘한스가 철수가 대해 여차여차 하더라’라고 제삼자에게 말을 전달하면 결국 한스와 철수는
멀어지게 되지만 ‘ 누가(someone) 철수에 대해 여차여차 하더라’ 전달되면
알게 된 철수 기분 나쁜 건 피할 수 없겠지만, 둘 사이가 원수지간이 되는 건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여 남 이야기를 화제로 삼는거야 어쩔수 없을 지라도 당사자 귀에 들어가는 난처한 경우를 피하려면
일차 입조심 하되, 설사 실수로 말이 새어 나가더라도 절대 흉본 사람이 누군지 실명을 언급해
둘이 원수지간이 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 조심합시다. ㅎ
'사진(소스 겸용) > 카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은 잘도 갑니다 (0) | 2021.09.19 |
---|---|
무료한 천국에 살다보니 (0) | 2021.09.19 |
나는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 (0) | 2021.09.19 |
하루를 마감하며 (0) | 2021.09.19 |
나는 적당히 야무진 사람이 더 좋다. 2 of 2 (0) | 2021.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