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enico Cimarosa - Sonata in B minor
서울은 역동의 도시이기에 매년 변하는 것이 많다. 내 살던 곳을 오랜만에 가보니 초입부터 달라져 헤매다가 오욕의 세월을 버티다 뿌리만 남은 고목을 발견하곤 반가워했지만 몇 년 후에 다시 가보니 그 뿌리마저 뽑혀 사라져 버려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서울에서 자라고 학창 시절을 보냈던 나이지만 아직도 시내 외출을 한다 치면 종로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구역을 벗어나 영등포, 강남 등지에 가면 길치가 되기에 나름 편하고 정이 든 곳이어 저절로 그쪽으로 발걸음이 향하게 된다. 종로도 무교동 지역은 이미 많이 변하고 세운상가 쪽도 재개발의 바람이 부니 아직도 옛 초라한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파고다 공원부터 종묘까지가 내 방문 구역으로 축소가 되었다. 내 자주 가는 파고다 공원 주변은 여기저기 산재한 저가의 이발소, 순대, 해장국 등 값싼 가격으로 서민의 배를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식당들이 많아 발전하는 도시의 축에서 밀려난, 서민들 혹은 노인들의 천국이 되어버린 탓인지 대낮에도 길가에 노숙자 형태의 술에 취한 군상들이 가끔 눈에 띄는 것이 흠이지만 나는 아직 이 거리를 좋아한다. 언젠가 이곳도 도시 미화 정책의 일환으로 사라져 버리겠지만 이곳이 워낙 노후한 빌딩, 옛 주택들이 혼잡하게 얽힌 곳이기에 보상 문제 등으로 적어도 내 살아생전에는 재개발이 쉽지 않을 것 같아 나로서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구정 이후인 지난 수요일은 요양 보호사가 오지 않는 날로 착각, 집에 머물던 중 아줌마가 오는 날이라 하여 졸지에 계획에 없던 외출을 하게 되었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외출은 항상 솔로가 편하나 갑자기 나가게 되니 쓸쓸할 것 같아 가까운 선배에게 전화를 거니 마침 나오신다기에 만나 뵙고 대낮에 소주 한 잔을 하게 되었다 물론 종로에서 ㅎ 오래된 한옥이 밀집해 있는 익선동은 요사이 젊은이들의 성지가 되어버려 젊은 취향의 소위 퓨전 식당들이 산재해 있어 내 구미에는 맞지 않으나 이곳에 오래된 노포 식당, ' 호반' 이라는 대폿집이 있다. 오늘은 주문하지 않았으나 병어조림이 특히 유명한 곳으로 수필 방 회원님 중에도 약주 좋아하시는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혹시 처음이신 분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은 곳이다. 선배님은 술을 즐기시지 않은 편이니 평소 소주 한 병이면 족한 나이지만 안주가 좋으니 약간 도를 넘었다. 선배님이 댁으로 귀가한 시각이 오후 4시경, 나도 즉시 집으로 향해야 하나 소주 한 병 정량을 넘어 발동이 이미 걸린 이 몸! 어찌하랴. 다시 다른 단골집으로 가버리고 말았으니 결국 휘청휘청 귀가한 시각이 밤 11경, 오호통재라! 이 술의 유혹을 어찌 뿌리칠꼬, 다음날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니 다음부터는 조심하자 맹세하고 오늘 금요일, 보호사님이 오시는 날이지만 집에서 악착같이 버티며 외출, 술의 유혹에서 벗어났다. ㅎ 종로는 매력 있는 곳이나 술의 유혹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넘어가자,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오! 내 사랑 종로 골목이여. 다음 주에나 만나자꾸나.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