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스 겸용)/카페 글

행복한 오후 나절

한스 강 2023. 7. 23. 17:35


화장실 수리만 대충 하고 마감하려던 집 공사가 여동생이 순식간에 맘을 바꾼 탓에 일이 커져 버렸다.
우선 부모님 생존 시 쓰던 가구 대부분을 버리고 새 가구로 장만하자는 것.


동생이나 나나 힘을 쓰는 일에는 영 젬병이라 김포에 사는 아들을 불러 어찌어찌 처리하다 보니 

여동생이 보관하고 있던 부모님이 쓰시던 액자, 병풍 그 외 소품들도 덩달아 정리하게 되었다.

아버님 친필로 쓰인 서예 병풍을 정리하려 하니 표구 뒷부분의 종이가 삭을 대로 삭아 부스러질 정도, 

그래도 아쉬워 한쪽 구석으로 몰아두고, 그 외 소품들도 부모님 손때가 묻은 것 같아
차마 버리기 아까운 것은 보관하기로 했지만 우리 세대가 떠나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부질없는 짓 아닌가 해, 처연한 느낌도 얼핏 들었다.

화장실로 시작했던 공사가 하나하나 추가되어 그간 먼지와 소음 속에서 불안정한 일상을 보내던  2주 여의 장정?이

어제 페인트칠로 마감되었으니 속이 다 시원하다.

오래된 아파트라 아직 손볼 곳도 많지만, 한국에 오기 전 네덜란드 집 정리하느라 한 달여를 고생했지 

다시 이 곳에서, 없는 힘을 쓰자니 집수리고 뭐고 이걸로 마감하고
그냥 이대로 이곳에서 살다가 때가 되면 떠나면 그뿐이라는 생각이지만


어찌 세상일이 내 맘대로 되겠나, 누이동생, 아들이 어찌어찌하자면 나는 따를 수밖에, 

그러고 보면 완전한 자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 물 흐르는 데로 흘러가는 수밖에 ㅎ

심심하고 무료하면 시내로 나가 술 한잔으로 가끔  회포는 풀었어도 카페에 들러도

올려진 글을 대충 읽어보기나 했지 차분히 앉아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었으니
공사 기간 내 마음이 어수선했던 건 사실인 것 같다.

이제 날씨도 풀리고 갑자기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기 시작하니 좋은 계절이 오기는 온 모양이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금은 떠나 버린 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아직 서로 살아남아 얼굴 마주 볼 기회가 있는 정든 사람들과
가끔 만나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회포도 풀기도 하며


이 좋은 세상, 평안하게 일상 보내겠다고 마음 먹으니
오늘 한가한 오후 나절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댓글19추천해요0
댓글
  • 23.03.30 16:15

    첫댓글 술 드시는줄 몰랐어요!
    곁에 누이동생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유유자적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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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23.03.31 07:54

    여행방에서 뵈니 우영 님도 애주가 ㅎ
    이 방에 오시어 댓글 까지 달아주시어
    고마움 전해드리며 항상 진사 역활 하시며
    수고 많이 해주심 또한 감사 드립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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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3.30 16:20

    한스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길동무나 느림산행 에서라도 자주 봅시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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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23.03.31 07:56

    길동무 나가려해도 딴 스케줄과 겹치는
    때가 많아 요즈음은 뜸하였습니다.

    항상 건강 잘 돌보시며 조만간
    길동무에서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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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3.30 19:00


    오래 만인 듯 합니다.
    집 수리를 하셨군요.

    봄도 왔고,
    집 수리도 끝냈으니
    속이 시원하겠습니다.

    오늘은 한스님의 소확행인 것 같습니다.
    이대로 좋은 일만
    쭈욱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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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23.03.31 07:57

    오핸만입니다.
    여행방 스케줄이 취소되어
    뵐 기회도 없어져 서운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겁게 생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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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3.30 21:58

    그러게요 이제는 간직하기조차 쉽지않은 아버님의 친필 서예 병풍은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같은 거죠.(바흐 협주곡을 연주하는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 음색이 아버님의 서예 병품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첼로의 거장이란 말을 들을만 하구나 그런생각을 했습니다)
    아파트는 벽지만 새로 발라도 새집 같은데요.
    공사까지 했으니 산뜻하니 넘나 좋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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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23.03.31 07:59

    건강하시고 아직도 산행 틈틈히 즐기시지요.
    수필방 자주 들리시며 좋은 글 울리시는 것
    잘 읽고 있습니다.
    건필 유지하시고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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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3.31 00:02

    앞으로는 더 좋은일들만 잇을거예요 ㅎㅎ
    힘이 없음 어때요 ㅎㅎ
    내가 행복함 되요 ㅎㅎ
    홀가분하니 이제라도 편히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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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23.03.31 08:00

    좋은 말씀 감사 드립니다.
    님도 항상 행복하시고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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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3.31 07:52

    오래 된 집수리는 수리비도 많이 들어가고 참으로 힘든 작업 중 하나입니다.
    저도 8년 전 구옥 단독을 사 이사를 하고나서 집 안 곳곳을 여러 번에 걸쳐 수리를 하였습니다.
    잘 아는 분들과 허심탄회 속을 털어내며 술 한 잔 나눌 수 있음은 삶에 있어 큰 행복이 맞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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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23.03.31 08:01

    살면서 집 수리 하자니 소음 먼지 때문에
    영 성가시더군요.
    순수 님도 좋은 계절 만나 평안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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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3.31 11:21

    십년전 49일 차이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떠난 부모의 유품이 본가창고에 그대로
    인데 정리를 한다하면서도 게을러 차일
    피일 합니다
    한스님 말씀처럼 제가 떠나면 어린 딸들
    에게는 그야말로 케케묵은 짐일 뿐이라
    엉거주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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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23.04.02 09:27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터,
    말씀대로 딸들에게는 그냥 짐으로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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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3.31 11:53

    사실 사는 일은 눈 앞에 펼쳐진대로
    지금을 살면 되는 쉬운 일인데
    미래를 당기고 과거를 붙잡으며 너무 어렵게 꼬면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이젠 편안한 일상의 행복 속에
    빠져 살아볼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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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23.04.02 09:28

    그냥 하루를 편하게 살아나가면 될 터이나
    성가신 일이 생기니 문제이지요. ㅎ
    타국에서 항상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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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3.31 18:27

    바쁜일이 지나갔나보네요
    그럼 여유도 부릴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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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23.04.02 09:29

    예 그간 성가신 일이 있어
    마음이 여유가 없었습니다.
    항상 평안하게 느긋한 봄 즐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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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4.06 05:05

    집수리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집수리나 이사는 심신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나이 든 사람에게는 고역이지요.
    제 경우 아내가 뭘 어떻게 하자는 얘기만 해도 짜증이 납니다.;
    살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해서 뭘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몸도 안 따라주니 힘이 들지요;
    한스님의 마음 이해가 갑니다.
    저도 한동안 수필방에 오지 못했습니다.
    마음도 어수선하고 내키지 않아 일체 글을 쓸 수 없었지요. 봄바람에 꽃도 피고 해서
    가끔 나들이는 합니다. 언제 한 번 뵐 수 있을런지요, 석촌님께서 모이자고 하시니
    그 때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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