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예보를 보니 날씨가 나쁘지는 않은듯 하니 수리산 철쭉 축제가 벌어진다는
소식이 문득 떠 올려졌습니다. 수리산이라? 들어 본 장소인데 아리송해 검색해 보니 안양 쪽, 내 사는 곳에서 전철로 한 시간이 넘어 걸려 가깝지는 않으나 전철 안에서 멍때리고 있으면 도착하려니, 만만한 거리기에 외출 준비를 했지요. 가는 도중 오늘의 목적지 수리산에서, 가까운 범계역에 계시는 선배 한 분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작년 10월 귀국 후 한 번 뵙고 술 한잔 나눈 적이 있지만 가까운 곳에 온 김에 얼굴이나 한 번 더 보자는 생각이 들어 전화 드리니 4시경에 보자고 반갑게 맞아 주시더군요. 약속 시간 맞추려니 철쭉 감상 시간은 한시간 채 안 되어 마음이 조금 바빠져 환승역인 사당역에 도착 열차를 갈아타니 연세 지긋하신 분과 나란히 앉게 되었지요, 옆에 누가 있던 서로 관심이 없는 우리의 일상이니 저도 마찬가지, 무심코 앉아 가던 중, 모자를 푹 눌러쓴 노인장의 모자 뒤편에 쓰여있는 두 글자, 그리고 옆에 달린 배지 모양의 장식이 눈에 들어오니, 아, 그건 틀림없는, 항상 그리운 그때 그 시절, 내 고교 시절, 모교의 배지였습니다. 오랜만에 보게 되니 너무 반가워 노인장에게 말을 걸었지요. - 혹시 xx 고 나오셨습니까?- 알고 보니 노인장은 나보다 13년 위, 1957년에 졸업하신 한참 선배님이더군요. 전철 안에서 알아보고 우연히 만나기도 쉽지 않으니 선배님도 반가워하시며 곧 내리셔야 하는 와중에도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게 되었지요. 수리산 철쭉 축제는 평일인데도 사람이 엄청 많더군요. 그만큼 볼만하다는 이야기겠지요. 제 생각에도 사진 찍을 만한 곳이 많아 혼자 가기에는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더군요. 하여튼 철축도 보고 범계역 선배도 만나 순대를 안주로 소주도 한잔하고 귀가하게 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다음 날 전철 안에서 우연히 뵙게 된 고교 선배님에게 안부 전화를 드리니 약주는 못 하신다 하기에 언제 시간 되면 서로 식사나 같이하자며 통화를 끝냈습니다. 잠시 후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니, 조금 전 통화 했던 고교 선배님 전화였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요약하자면 하기와 같습니다. * 본인은 나이가 많은 탓인지 만사에 흥미가 없고 힘이 없어 모든 것이 귀찮다. * 어제 우연히 만난 건 반가우나 외출도 귀찮고 하여튼 내 마음이 그러니 그냥 어제 일은 어제 일로 끝내고 잊어버리자. 우리 인간사 모든 만남은 우연으로 시작되나 어떤 만남은 인연, 혹은 필연으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서로 스치듯 우연으로 만나 우연으로 그치는 만남도 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는 말씀일 터입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선배님이 섭섭하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고 오히려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선배님이 이해가 가고 더 인간적인 면이 있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오랫동안 알고 지내고 아직도 인연이라면 인연을 맺고 있는 범계역 선배님. 우연의 만남으로 시작되어 우연으로 끝나게 된 고교 선배님. 같은 날 두 사람을 만났지만 서로 다른 만남이 되었던 하루. 한 인간이 한 인간을 만나 서로 인연을 맺게 된다는 것, 인간이 늙어 간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러한 모든 것들. 우리 인간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그런 시간을 잠시 가져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간사는 끝이 없고 오묘한 법칙이 수없이 존재하는 망망한 우주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댓글17추천해요2
'사진(소스 겸용) > 카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로움, 고독, 그리고 마음가짐 (0) | 2023.07.23 |
---|---|
어느덧 반년이 지나고 (0) | 2023.07.23 |
행복한 오후 나절 (0) | 2023.07.23 |
만 원의 행복 (0) | 2023.07.23 |
휴대용 쿠커 밥통 (0) | 2023.04.22 |
첫댓글
수리산 자락을 짙은 핑크빛으로
한창 피어난 철쭉을 보고 감탄했었지요.
남편의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한 4/22일(토)이었습니다.
첫 직장에서 만난 인연들이
80노인이 되어 매달 등산으로 만남을 가지지요.
전철에서 만났다는 한스님의 선배님 기분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옛 친구는 오래가고,
새 인연을 만들어 주위를 넓히고 싶지 않는 그런 것입니다.^^
요즘 제 맘이 그렇습니다.
저도 그 양반의 말씀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다만 나이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오죽하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어떤 서글픔 같은 것이 느껴지더군요.
철쭉 축제 볼만 하더군요.
항상 건강하세요.
사실, 그시절 명문고교 동문선배라면 대단한 건데..굳이 사양까지 하시네요..
통상, 어느정도 노년에 접어들면 크고작은 만남 자체가 줄어드는게 일반적인 현상인가 봅니다..
일단, 건강이 다 예전같지 않고 이런저런 이유로 안 만나다보니 점점 멀어지는데.. 새로운 인연을 자꾸 엮어 나가는 게 선뜻 쉽지는 않은 듯...
그나마 이곳 카페서 처럼 어느정도 성향파악이 된 이들과의 관계는 괜찮지 않나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말 그대로 사회적 동물이기에~
말씀하신 대로 그런 기분이 셨던 모양입니다.
늙는 다는 것은 하여간 좋은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사람 끼리의 인연마져도 더 넓히고 싶지 않은
그런 심정이 늙어가면서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 드리며 즐겁게 지내세요.
새인연 만나려면 건강하여 자신감도 함께 해주어야하는데~
나이 들어가니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저도 선배님의 말씀에 충분히 공감 합니다.
다만 약간은 서글픈 생각이 들더군요.
늙어간다는 것이 무었인지 ㅎ
댓글 감사 드리며 건강하세요.
국내에 계시면서
따뜻한 시간을 갖고 계시군요.
저같은 경우
아직 70이 안됐습니다만..
그래도 만남의 기회를 사절하게되는 경우 점점 많아지더군요.
그러면서 나이들어감을 절감합니다
오늘..
한스님 글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되네요..
여운이 남는 글..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오신 것 같습니다.
늙어감에 대해 저도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댓글 감사 드리며 자주 수필방에서 뵙게 되기를..
예기치 않은 반가운 만남을 반가운 만남으로 끝내고 싶은 그 선배님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범계역 선배님과의 이어지는 만남과 인연도 좋아보이고요.
길을 달리다 보면, 내 인생에 다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절경들을 만나곤 합니다.
승용차라면 당연히 내려 수십장의 사진에 담아서 남겨두고 싶은... 트럭이라 그것은 못하고 그저 풍경 인연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만 가득해지지요. 붙잡지 않고 흘려보내는 것도 나름 기분이 괜찮구요.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으로 간직하고 흘려 보내는 기분,
댓글로 그 선배님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신
같아 저도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운전 조심하시고 항상 건필 유지하세요.
인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글 입니다.
우리네 사람 들이 삶을 살아가며 원하던 원하지 않던 많고 많은 사람 들을 만나게 됩니다.
많은 만남 중 유난히 마음에 남는 만남이 있습니다.
비록 지속적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말입니다.
군포 철쭉 군락지는 생각 뿐이었지 가 볼 기회가 없었기에 아쉽기만 합니다. ^^~
맞습니다.
싫어서가 아니고 그냥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만남도 있을 터. 그 분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다만 늙는다는 것에 대해 서글픔
같은 것이 느껴져 그 선배님이 애처로워 보이기
까지 하니 ㅎ 댓글 감사 드리며 항상 건강하세요.
전철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 !
반갑기는 하지만 그 인연을 이어가기에는 별로 이었던거 같습니다
그분이 옳은 판단을 하신거 같습니다
한스님이 귀국하신후 자주 움직이고 외출하시는게 보기 좋습니다
충성 우하하하하하
늙어 간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신 듯 합니다.
그 분의 말씀처럼 사람이 늙어가면 만사가 귀찮고
허망한 생각이 들 터 이지요.
하여간 늙음은 안 좋은 현상입니다. ㅎ
동유럽 잘 다녀 오셨으니 다음 해외 여행은
어디가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잘 지내세요.
소설 쓰는 박범신 선생은 어느 라디오에서
나이 들어보니 좋은 게 하나도 없다.. 웃습
디다만.. 외람되오나 저도 이거도 나이라고
가끔 내려눟음과 버림을 떠올리는데요
그 선배님의 심정을 좀은 이해하겠습니다
맛습니다.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바
무언가 허전하고 슬퍼지는 것,
그것이 늙어간다는 것은 아닌지.
나이가 들어감은 어쨋든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것 같습니다. 건필 유지하시고 행복하세요.
우연도 필연도 모두우리 인간들의 한 범주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