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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는 행복하다.(미안하지만)

한스 강 2008. 3. 3. 22:08
이곳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노년에 쓸쓸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많고
그나마 자식들이나 손주들이 있는 집들은
그들이 가끔씩 방문해 주는 재미에 행복감을 표현하기도 하고
거의 모두가 나이와 함께 경제적인 안정은 이룬것 같아 부럽기도 하였다.

내 동기나 어르신들은 젊어서 착실하게 일하여 지금은 돈 걱정없이
휴일이면 등산가고, 여행가고, 취미생활 하는데
'나는 어찌하여 지금도 앞으로 살아갈 일을 걱정 하며 사나 ' 고 걱정도 해 봤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보다 더 힘든것이 외로움 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난 행복하다.
외롭지 않고 아직도 할일이 많고
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아들,딸이 있으니까.

나는 외로울 시간이 없다.
뼈마디가 마찰소리를 내어도
아이들 앞에서는 팔랑팔랑 왔다갔다 한다.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서 중학교 가는 딸네미 교복 다려 주고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녀석 신발 털어준다.
아침식사 먹여서 학교에 보내고
집에 돌아 오면 같이 앉아서 공부 가르치느라 잡념을 가질 수가 없다.
점점 늘어나게 되어 있는 교육비 걱정에
아무리 사교육비가 많이 나간다고 해도 학원에 보내지 못 하고
영어과외는 내가 도맡아 하게 되니
우리 아이들 상대로 몇십만원은 버는 셈이다.
그렇게 아껴야 아이들 대학에 보낼 수 있을것 같아서다.

그러니
이 60대 방에서 디카도 배우러 다니고 싶고
오프라인 모임에도 나가고 싶어도 참고 산다.
나가봐야 삶의 패턴이 다르니 일상적인 이야기엔 끼지도 못 하겠지.

어떻게 생각하면
어쩌다 내 이나이에 이렇게 여유없이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번뜩 스치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보면 행복감에 젖어 풍만한 내 삶을 즐기고 있다.

나는 재태크에는 완전 무지랭이지만
삶테크는 잘 했다는 자부심에 젖는다.
40대 중반에 예쁜 아기들을 입양하여
아기들의 신선함을 마음껏 누렸고
사랑의 진가를 알게 되면서 아이들과 사는 것이 꿀맛같다.

지금 이 나이에 사춘기에 있는 내 아이들이 듣고 있는 음악을 들으며
클래식은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 기이한 리듬에 박자 맞추느라 삐그덕 거린다.

다들 외롭다는데 나만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다고 하여서 죄송하지만,
재태크 보다 더 중요한것은 삶테크가 아닌가 하여 몇자 적었으니
양해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아름다운 60대
글쓴이 : 멜로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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