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란 숫자를 말하는 것이다.
세상에 나이가 없는 것이 어디 있으랴.
모든 생명체는 물론이려니와 건물이나 출토된 유물까지도
나이를 따지는데…
내가 이순(耳順)이 되었을 때,
그 말뜻이 이해가 안 되어서 여러 선배들에게 질문을 하였으나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하였었다.
선배들의 공통된 대답은 “약해 지더라... (마음이)”
이순의 뜻이 ‘한번 들으면 이치(理致)를 금방 깨닫는다’는 말이
더 혼동을 준 게 사실이다.
이치라면야 스승 잘 만나면 금방 이해를 할 수도 있고
머리가 명석한 사람은 보기만 하여도 가능한 일인데
왜 하필 나이 60을 말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되었었다.
그런데 그 이순을,
진갑이 지난 뒤에야 어느분의 글에서 답을 얻었다.
이순이란,
“칭찬을 들어도 그에 들뜨지 않고 험한 말을 들어도 마음에 두지 않는다”
험한 말을 하는 사람은 그 인격이 그 정도이니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뜻이라면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나는 공학도의 속성 탓인지 아니면 상대의 어떤 태도에 대하여
초연할 수 있는 그릇이 못 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순 훨씬 이전부터 무례(無禮)한 사람과는 상종을 안 해 버리는 버릇이 있다.
그것이 옳고 그름 이전에 우선은 속이 편해서 좋다.
그런데 흔히 60대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가 무슨 캠페인처럼 되고 있다.
어느 60대가 마라톤을 완주한 후에 기자에게 한 말이 바로 그 말이다.
20대라고 해서 모두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는 것처럼,
60대가 마라톤을 완주 했다고 해서 젊은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을 젊다고 하지 않고 노익장(老益壯)이라 한다.
체력은 체력 그 자체일 뿐이다.
‘나이란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니라
숫자를 말하는 것이고,
그 숫자에 애써 초연하기 보다는 그 숫자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을 음미할 수 있는 그 마음의 여유,
그 보다 더 멋진 것이 어디 있으랴.
잃은 구미(口味)는 싱싱한 생선회 한 접시가 되 찾아 주는 게 아니라
잘 곰삭은 곤쟁이(자하)젓 한 젓가락으로 되살릴 수 있다.
연륜(年輪)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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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s - Cliff Ric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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