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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컴백 꿈꾸는 토종와인의 세계

한스 강 2009. 8. 12. 22:07

화려한 컴백 꿈꾸는 토종와인의 세계

헤럴드경제 | 입력 2009.08.07 08:24

 



토종와인이 화려한 컴백을 위해 꿈틀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초강세인 유럽 와인에 밀려 맥을 못췄던 토종와인의 위상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 등에서 토종와인의 판매처가 늘어나고 진열대에서의 대우도 달라지고 있다. 나아가 토종와인은 한국의 대표 전통주인 소주, 막걸리 등에 합세, 세계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도 복분자 감 머루 다래 배 사과 등 다양한 국산 작물을 활용한 토종와인을 한국형 웰빙 주로 주목하고 있다.

▶토종와인 부활을 꿈꾸다

=지난해 기준 연간 5800억원 규모에 이른다는 국내 와인시장에서 국산의 비중은 1000억원 규모다. 수입와인이 점유율 면에서 5배 정도 토종와인보다 우세한 셈이다. 아직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이나 남미 와인을 더 선호하는 성향이 뚜렷하다.

그러나 지금과는 달리 토종와인의 시장점유율이 한때 70%에 달한 적도 있다. 국산 와인 1호는 지난 1967년 등장한 사과로 만든 '파라다이스'. 74년엔 첫 국산 포도주인 '노블포도주'가 맥을 이었다. 77년 동양맥주(現 롯데주류BG)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포도주 '마주앙'은 큰 인기를 끌며 국산 와인의 대명사가 됐다. '마주 앉아서 즐긴다'는 뜻에서 '마주앙'으로 이름 붙여진 이 와인은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와이너리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 리슬링 등의 해외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연간 판매량은 마주앙 레드(750ml1만원) 57만병, 마주앙 스페셜 화이트(9000) 38만병 등이다. 국내 천주교 미사주로도 연간 20만병(레드 102000, 화이트 연간 11만병)을 납품하고 있다.

잘 나가던 국산 와인은 80년대 말 주류
수입 자유화로 위기를 맞는다. 가격 경쟁력이 앞선 수입 와인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게 된 것. 국내 포도 농장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국산 와인 생산은 침체에 빠졌다.

그랬던 국산 와인이 최근 정부의 지원과 웰빙 열풍을 업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반격에 나서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산 식용 과일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정부 및 지자체에서 전통 과실주 생산을 장려한 것이 부활의 씨앗이 됐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저도주인 국산 와인에 눈을 뜨고 있다.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토종와인의 판매처가 늘어나고, 매장에서의 대우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리뉴얼을 마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이달부터 청도와인의 '감그린', 와인코리아 '샤또마니', 샤또무주 '머루와인', 디오니케슬 '복분자와인', 그린영농조합 '그랑꼬또', 덕유양조 '산머루와인', 한국애플리즈 '주지몽 애플와인' 7가지 국산 와인 판매에 들어갔다. 가격은 15000~3만원 선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서 토종와인은 와인 축에 들지 못하고 주류매장 내 전통주 코너에 진열돼 있었지만, 이제 와인 매장 내 토종와인을 위한 별도의 존(zone)이 마련됐다. 귀퉁이 신세를 벗어나 정식 와인 대접을 받게 된 셈이다.

롯데백화점도 '마주앙'과 함께 복분자주, 매실주 등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선 아직 토종와인을 상시 판매하지 않지만, 올 추석에 감와인, 머루와인, 사과와인 등을 담은 명절 선물 세트를 내놓키로 했다.
롯데마트에선 970~1만원대의 총 40여가지 토종와인을 구입할 수 있다. 주요 제품은 '보해 복분자주'(375ml5460), '보해
매취순'(375ml3600), '롯데 99오디주'(355ml4950) 등이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토종와인은 '보해 복분자 와인', '제주 복분자 와인', '명가원 06년산 머루와인' 등이 있다.

신세계백화점 김은구 와인 담당 바이어는 "토종와인은 타닌이 강하지 않아 술을 즐기지 않는 여성 고객과 와인 초보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고 국산 농작물로 만들어져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롯데주류BG의 와인사업부 송동현
브랜드매니저 "와인은 수입산이 최고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면서 "국산은 수입 와인에 비해 유통마진이 적어 더 저렴하면서 질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세계화에 나선 토종와인의 힘

=토종와인의 매력은 세계에서도 통하고 있다. 관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과실주의 수출액은 지난 2003 100만달러를 돌파한 뒤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면서 2006년엔 약 307만달러까지 늘어났다. 이후 2007년 약 270만달러로 주춤했으나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약 328만달러를 나타내 2000년 들어 최고치였다.
국산 식용 포도 품종인 엠비에이로 만들어진 '샤또마니 레드 드라이'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해 봄 뉴욕에서 가진 각국 대사들과의 만찬에서 건배주로 내놓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참석자들은 샤또마니 와인의 풍미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한국애플리즈(의성), 에덴의 동쪽(봉화), 명가원(함양) 등도 주요 수출 업체들이다. 롯데주류BG '마주앙'을 일본 등지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직 국산 와인은 캠벨얼리와 엠비에이 등 식용 포도 품종으로 주로 만들어지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토종와인의 원재료는 복분자, , 머루, 다래, , 사과 등으로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해외에선 복분자주의 반응이 좋다. 미국에서 '럭비공 와인'으로도 불리는 '보해 복분자주'는 지난 3 '샌디에이고 국제 와인 경연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이 와인의 지난해 수출 실적은 140만달러였다. 국순당 고창 명주의 '명작 복분자주'도 샌디에이고 국제와인대회의 은메달에 이어 댈러스 와인대회에서 동메달을 받았다.

머루와인도 해외 무대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경북 봉화에 위치한 에덴의 동쪽에서 생산하는 개량 머루와인은 세계 100대 와인에 선정된 바 있다. 경남 함양군의 머루와인도 미국에만 3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지난 6월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빈엑스포 2009'에 국내 대표로 참가한 무주 산머루와인도 미국, 일본 등에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건배주였던 '청도 감와인'은 미국에 2006년부터 향후 5년간 100억원어치를 수출키로 계약을 맺었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정석태 박사는 "해외시장에서 독특한 풍미를 지닌 토종와인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면서 "제조 기술 표준화와 더불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공동 마케팅을 전개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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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산 와인
지역 업체 제품 원료
경기 파주 산머루농원 감악산머루주 오데뉴 개량머루
경기 가평 가평특선주
아가페 캠벨얼리
경기 안산 그린영농조합 그랑꼬또 캠벨얼리
경기 화성 샌드리버 포리버 캠벨얼리
경기 안성 꼼빼양조 꼼빼 포도증류주
경기 삼척 너와마을 끌로너와 개량머루
강원 횡성 디오니케슬 디오니케슬 토종다래, 재래복분자
충남 천안 두레양조 두레앙 거봉, 엠비에이
전북 무주 덕유양조 구천동 머루와인 개량머루
전북 무주 무주칠연양조 붉은진주 개량머루
경북 영주 햇빛농원 쥬네뜨와인 캠벨얼리
경북 영천 한국와인 벵꼬레 엠비에이
경북 의성 한국애플리즈 주지몽 사과
경남 함양
두레마을 하미앙 개량머루
경남 사천 오름주가 다래와인 참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