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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 곳에도 봄은 왔군요

한스 강 2009. 12. 6. 19:53

(요새 저작권 어쩌고 하던 데,제가 가끔 듣는 음악이라..
이거는 안 걸리갔지요, 하여간 시끄러우시면 끄세요)

세상살이 다 그려러니 하고 대충 넘어가며 살아야 하는 데
타고난 천성이 옹졸하니, 조그만 일에도 마음을 다치곤 하지요.
이제 화사한 봄 철을 맞으니 우중충하고 암울했던 지난 겨울의 
터널을 빠져나와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 같아
오랫만에 산책을 나갈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과 봄이 이렇게 다르군요, 혹자는 황량한 겨울의 정취도 
좋아할지는 모르나 저는 화사한 봄철이 좋습니다. 점점 추위는
싫어지고 몸도 못 견디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산책코스는 정해져 있습니다. 기왕이면 많이 걸으면 좋을
터이나 30 분 이상은 제 몸에 무리가 오기에 할아버지 계시는
양로원 왕복 코스 ,한 이십여 분여 걷는 것이 고작이지요.

이 곳의 봄의 전령은 수선화이나, 벌써 수선화는 꽃망울이 시들해져
가니 정말 봄이 오긴 온 모양입니다. 날씨도 너무 좋고, 덩달아
기분도 참 좋으나 오랫만에 걸으니 다리가 어쩡정한게 영 불편하네요.



할아버지 계시는 곳은 도보로 10 분이 안 걸리는 곳이나 
약간 우회하면 이런 경치가 나옵니다. 오늘이 월요일로 이 곳은 
부활절 명절로 연휴기간이지요.
집 근처 주변에 산책 할 만한  평화스러운 풍경도 알고 보면 많은
이 곳인 데...저는 아무래도 그리 정이나 애착이 가지는 않으니..
고향도 잃어버리고 타국에도 정을 못 붙이고 사는,
영원한 떠돌이인 셈이지요.

산보길의 주택가들도 오늘따라 더 평화롭고 깨끗하게 보이니 
날씨가  사람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 지..
오늘따라 세삼스레 느껴봅니다.

할아버지 계시는 곳, 앞 정원에 개나리가 만발하다 못해 
벌써 한 물 가버린 수선화 처럼 되는 군요. 이 곳에서는 개나리가 드물고 
수선화가 봄의 전령으로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요.


작년 가을, 이 곳을 산책하다  이름도 모르는, 우리나라 모과같이 생긴 
그 열매의 향기에 얼마나 반했는 지..지나는 사람 모르게 그 열매 따다가
집 거실에 모셔놓고 그  향기를 오랫동안 즐긴 적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 이름으로 "명자꽃" 이라 불리우며 그 열매를 모과라고도 한다는 데,
정통 모과하고는 다른 것 같습니다. 
하여간 조그마한 열매 향기가 그윽하고 진한 것이 대단합니다. 
올 가을에도 열매가 열리면 몰래? 수집하여 그 향기를 꼭 즐길 예정입니다. 
정말 사랑스러운 열매입니다. 

(거실에 계시는 할아버지, 사진 찍히는 것을 무척 싫어하시나 
 오랫만에 한 방 찰칵..)
이 양반 계신 양노원에 들리지는 않고, 우회하여
한 이십여 분 산책하고 집에 오자마자 할아버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급한 소식이 있으니.. 빨리 오라는..
그럴 줄 알았으면 산책도중 들릴 걸 하며,차를 몰고 같습지요.
이 곳 양노원에서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던, 
말년의 친구로 벗하며 지내던 ,우리 할아버지의 정다운 친구..
같은  인도네시아 출신, 중국인인  Lim 할아버지,
혈전증으로  병원으로 실려간 것이 전번 주이고
수술이 잘 되어 수요일에  퇴원 한다 하시더니.
갑자기 오늘 새벽에 돌아가셨다니,
부활절 명절이며 화창한 봄 날..이 좋은 날에 어울리지 않는
갑작스런, 안타까운 소식 이였습니다..저도 충격이였지요.
사는 게 아무리 허망하다 하지만, 누구나 갈 길 가야 하지만, 
이렇게 아무일 없는 것 처럼, 순식간에 이별 하는군요.
우리 할아버지보다 한 살이 많은 올 87 세에 소천하셨으니
호상이라 하지만, 마음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친구를 잃었으니,
그 충격,상심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빨리 그 슬픔에서 벗어나 우리 할아버지 마음 건강 다치지 않기만
바랄 수 밖에요. ‘노인 양반들은 하루를 모른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즐거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어떤 봄 날이였습니다.
출처 : [우수카페]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한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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