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의 허와 실
즐겨찾기 목록에 저장하고 있다가 최근 삭제해버린
개인 블로그가 있다.온라인 서핑 중
우연히 마주친 글이 마음에 와 닿는 경우,
혹은 해외여행에 관한 글이 많이 담긴 개인 블로그를 알게되면
즐겨찾기에 저장해 놓고 가끔씩 들여다보며 그 분의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그중 한 분.
연세가 팔순이 넘었고,상처하신지 얼마 안되는 초등학교 교사 경력의 동요작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들집에 같이 살고 계시며
연세가 있는 만큼 건강상태가 별로다. 이 정도가 블로그를 통해 내가 알고있는
전부. 먼저 가신 사모님을 절절히 그리워하는
마음.아들 며느리와 사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으나 함부로 말못할
같이 사는 불편함,건강 문제들에 관한 글을 일기 형식으로 올리시는 바
소위 인기 블로그가 아니어 이 분의 블로그에 들어가 글을 읽는 사람이 나뿐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댓글은 아예 없는, 말 그대로 개인 블로그.
이 분이 늙마에 느끼시는 외로움, 허전함에 공감이 가기에 유령처럼
홀로 들락날락 하는 도중 어느날인가,올라온 글이 너무 애처롭고
슬픈 느낌마져 들어 처음으로 위로의 댓글을 달기 시작했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그 다음부터 댓글을 안달게 되면 섭섭해 하실 것 같기에
댓글이 의무적으로 되어 소위 댓글 소통이 이루어 졌지요.
댓글,답글이 여러번 계속 되다보니 생판 얼굴도 모르는 처지이지만
내 닉 한스에 친근감을 느끼셨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이런 답글이 ,.
" 한스,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디에 살고있는 어떻게 생기신
분이기에 늙고 지친 나를 찾아와 위로해 주시어 요사히
너무 행복합니다. 한스님 언젠가 한 번 꼭 만나뵙고
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답글에 나타난 것 처럼 참으로 순수하신 분인 것 같아
기회가 되면 한 번 만나뵈도 좋을 분이지만
해외에 있는 나로서는 당장 얼굴 뵐 수도 없는 처지.
구구절절 해외에 사는 누구누군데 설명하기도 그렇고해
일상적인 답글로 대신 했지요.
-선생님이 외로울 때나 마음이 불편하실때 저는 항상 옆에
있을 것 입니다. 힘내시고 평안하고 즐겁게 일상 보내시기 바랍니다.
나야 블로그를 통해 지극히 일부분이나마 그 분에 대해 알고있는 반면
그야말로 그 분은 닉이 한스요 남자라는 것만 아시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이후에도 몇번 댓글,답글이 오가던 중
일주일 길어야 열흘 정도 간격을 두고 글이 올라오던 블로그가 갑자기
불이 꺼진채로 잠잠 무소식.
언제나 글이 올라오나 기다리길 몇개월 되다보니 무슨일이 생긴것
같은데 알아볼 길이 막막하지만 다행히 그 분의 실명을 알고있어
인터넷으로 검색해 겨우 찾아낸 몇 줄의 소식은
그 분의 장례식에 관한 내용이였다.
아들 명의로 낸 부고장이 였는지 아니면 장례후 감사의 말씀이였는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이미 그 양반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
추측건데 나에게 보고싶다는 정감어린 답글을 다신 후 얼마되지 않아
평소 심장이 안좋다 하시더니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것 같았다
벌써 몇 년 전의 일이고 가끔 들여다
보던 주인없는 블로그도 이제 그 효용이 다 되었다 생각이 들었는지
최근 즐겨찾기 목록에서 완전 지워버린 ,얼굴도 모르는 그 양반.
나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굳건한 신앙심을 가지고 계시어 죽은 후에도
천상의 나라에서 사모님과 재회해 행복하게
살게될 것을 믿는 분이니 소원대로 그 나라에서
그렇게 살고 계시면 좋겠다.
헤어짐은 항상 서글프다지만
짧은 만남 후 얼굴도 모른체 헤어지게 된 온라인 상의
인연은, 또 다른 종류의 서글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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