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불문학과 김붕구 (金鵬九, 1922-1991) 교수는 우리나라 불문학의 태두로 불리며
보들레르 연구를 위시로 앙드레 지드, 생텍쥐페리, 랭보, 사르트르, 카뮈 등 불문학 거장의 작품을 풍부한 우리말을 구사, 개성적인 문체로 정확하게 번역함으로써, 불문학을 널리 전파한 외국 문학자로서 뿐만 아니라 번역자가 갖춰야 할 능력과 책임감 있는 정신을 일깨워 준 분으로서도 귀감이 되는 분이다 학창 시절 김 교수님의 ‘불문학 개론’을 읽게 된 후 흥미를 느끼게 되어 대학원으로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타과 출신이 불문학을 전공하려면 30학점 이상의 불문학 관련 과목을 이수해야 해 일 년여 불어 공부 및 강의도 열심히 들으며 대학원 준비를 하던 중 얼떨결에 직원 모집 공고를 보고 응시, 덜컥 합격해 버리는 불상사가 발생, 아들이 지극히 비생산적인? 불문학을 전공하느니 대기업에 취직해 안정된 직장생활 하는 것을 원하시는 부모님의 소망을 뿌리치지 못해 진학 대신 노동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직장생활 도중 때려치우고 다시 진학 할지 생각도 가끔은 했지만, 월급이 주는 매력, 겉모양새 좋은, 고충빌딩에 넥타이 매고 출근하는 젊은이 등등 세속적인 맛에 길들다 보니 불문학 전공, 교수의 꿈은 물 건너간 희망 사항으로 끝나고 말았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지나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후회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터이나 그중 한 우물을 파지 못했다는 점이 제일 맘에 걸린다 내가 제일 좋아하고, 부러워하는 사람은 자기 맡은 일에 성실하게 한 우물 파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의사 판사 등, 도 좋겠지만 미장이, 목수, 이발사, 청소원 등 다른 직업군이지만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은 부러움을 떠나 존경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호구지책으로 본의 아니게 육체 노동자로 종사하는 분도 계시나 본인이 성실 근면 하다면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 막대한 부를 축적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중산층으로 후회 없는 삶을 누리는 사람들에 비하면 내 경우는 선택의 여지가 많았다는 점이 행운 일지는 모르나 그 선택에 성실, 근면이 뒷받침이 안 되어 갈팡질팡하는 인생 곡절을 겪게 되었으니 일말 부끄럽기도 하다. 학창 시절 취업 대신 불문학을 전공했더라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지나간 내 인생 후회 하지는 않는다. 이제 와서 후회해 보았자 소용없는 일이요, 어차피 이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나 자신 자체가 그런 운명론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쨌든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옛 청계천 오두막집 자손으로 태어나던, 강남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던 내 종사하게 되는 직업의 귀천을 떠나 천직으로 알고 하루하루를 성실 근면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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