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 제각기 저 살아가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며칠 전 뉴스에서 들으니 세계의 높고 험한 산 5대봉인지 10대봉을 다 누비고 남북극을 걸어서 종단하였으며 또 무슨 사막이나 밀림 같은, 하여튼 사람이 인내하기 힘든 극지를 모조리 찾아 발로 밟아 본 사람이 땅 위에서의 모험은 성에 차지 않았던지 이번에는 하늘로 올라가서 초경량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왕복하여 그 분야에서 최장 비행기록을 수립하였다고 한다.
참으로 치열한 모험적 생애를 살아가는 분으로 머리 숙여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체력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거니 할 수도 있겠으나 강인한 체력을 가졌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떤 산악인은 등산하다가 조난을 당하여 동상으로 손가락을 거의 다 잃고서도 나이 60을 넘어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하는 모험을 감행하는 일도 있었다.
보통 사람들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모험을 하는 이런 분들은 고난을 극복하여 얻은 성취감을 몸으로 누리면서 삶의 분위기를 맹렬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리라.
이렇게 남다른 생애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리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일지라도 나름대로 그 사람만의 독특한 분위기는, 비록 그것이 남의 눈에 띄게 특별한 것이 아닐망정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야쿠르트를 판매하는 일이 여러 중년 아줌마들과 같이 부딪히고 어우러져가며 생활을 하는데 나이 들어 갈수록 사람 살아가는 분위기가 이렇게 다르구나하는 것을 느끼는 때가 많다.
같은 제복을 입고 똑같이 주어진 여건아래 같은 제품을 취급하며 생활해 가는데 있어서도 그 생활의 형태나 분위기는 그야말로 各人各色으로 저마다 틀리다.
그것은 생활의 능력이나 일의 효율성과는 또 다른 그야말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인격이 밖으로 배어 나오는 현상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가령 생활수준이나 수입이 비슷한 사람들이라도 어떤 이는 겉으로 나타나는 생활이 궁핍하고 각박하게 보이는가하면 어떤 이는 별달리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 같지 않은 데도 푸근하고 넉넉한 느낌을 주는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런 것은 사람들이 제각기 타고난 성품도 있겠지만 이제까지 살아오는 과정에서 생활에 대처해 온 마음가짐의 차이가 아닐까한다.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서 어렵사리 가정을 이루어 이제 겨우 먹고 살만한 안정된 수입을 얻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생활이 윤택해졌더라도 늘 검약 절제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을 것이요, 넉넉한 집에 태어나 어려움 모르고 생활해 왔던 사람이라면 형편이 좀 기울었다고 해도 당장에 생활하는 방식을 구차스럽게 바꾸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몇 대째를 만석꾼으로 이어 온 어느 가문에서는 며느리는 아주 부자는 아니더라도 가난하다는 소리 안 듣는 집안에서 구하고 사위는 빈부를 가리지 않고 인물만 보고 골라 혼인했다는 얘기가 있다.
내 집 식구가 될 며느리가 가난이 몸에 밴 나머지, 넉넉히 남에게 베풀 줄을 모르고 절약하기만 한다면 집안의 분위기가 각박하게 변할 것이요, 그러다 보면 큰 집안 살림의 화합에 금이 갈까 염려함이며 남의 식구가 될 딸을 시집보낼 때에는 사위될 사람의 됨됨이만 잘 고르면 설사 처음에는 좀 도와주더라도 집안을 잘 일으켜 세워서 딸이 고생을 안 한다는 이유에서였단다.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가 너그럽고 빡빡함의 차이도 있지만 따뜻함과 차가움의 차이도 매우 각별하다.
장사하는 가게나 식당을 들렸을 때에도 어딘지 모르게 친밀한 느낌이 드는 곳이 있는가 하면 달리 험 잡힐만한 점이 없는데도 되돌아 나오고 싶은 곳이 있다.
아마도 응대하는 사람의 태도나 음성 또는 표정 따위의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의 차이가 아닐까한다.
그래서 나는 아줌마들에게 장사를 잘 하려면 비록 창자가 썩더라도 얼굴은 항상 웃고 있어야한다고, 고객들을 대할 때에는 조금쯤 손해 보는 듯이 해도 길게 보면 그게 이익이된다고 늘 뇌고 있다.
고객들 중에는 그야말로 별의 별난 사람들이 다 있다.
자그마한 일에도 트집을 잡고 생떼를 쓰는 사람, 셈이 흐려서 알량한 야쿠르트 대금을 몇 달씩 밀리는 사람, 정찰 가격을 깎아 달라고 조르는 사람, 별로 잘나 보이지도 않건만 아예 아줌마 따위는 아주 얕잡아보고 막 대하는 사람...모두 이제까지 저 살아온 분위기가 밖으로 우러나온 행동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보다는 아줌마를 볼 때마다 수고한다며 커피라도 한 잔 먹고 가라고 붙드는 할머니, 대금을 봉투에 넣어서 건네주며 한 달간 수고 했다는 메모로 격려해주는 애기 엄마, 수금이 하루만 늦어도 전화를 해서 경비실에 맡겨 놓았으니 찾아가라는 아저씨 등, 우리 주위에는 따뜻하고, 너그럽고, 경우 밝으며 반듯한 분위기의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살아갈 만한 사회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리라.
오래 전 있었던 일로, 도시 변두리 주거용 비닐하우스에 80이 넘은 노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술 취해 잠든 할아버지를 목 졸라 살해했단다.
경찰 조사 결과, 할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할머니를 때리고 못살게 굴던 차, 그날따라 더 심한 주정을 참다못하여 그리 된 일이라 했다.
인생 말년을 風餐露宿이나 다름없는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것도 을씨년스럽거늘 그들이 살아왔던 분위기는 얼마나 스산하고 메마른 분위기였을까 생각하니 끔찍하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아니한다.
사람 살아가는 분위기란 스스로 노력하여 가꾸어야 할 것이다.
耳順에 이르렀다 해서 하는 일마다 모두 순리에 맞게 되는 것이 아니다.
비닐하우스에 살던 노부부는 80에 이르러서도 가꾸지 않은 생각과 행동이 저렇게 끔찍한 결과로 마무리 된 것이니 60에 耳順한다 함도 공자님처럼 특별한 수양이 있는 분에게나 가능한 일이겠다.
이제까지 살아온 과정이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한 내가 이 나이에 이르러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거나 극지를 탐험하는 것 같이 맹렬한 분위기를 만들어 갈 뜻은 없으나 생각을 다스리고 생활을 조신하게 하여 그저 나잇값 하는 분위기나 망치지 말아야 하겠다.
몇 년 전에 사위 얻고 며칠 전에 며느리 얻었으니 내 생전에 새 식구를 밖에서 얻을 일은 다 끝냈다.
같이 살아보지는 않았으되 새 며느리가 풍기는 인상은 따뜻하고 상냥하며 명랑한 것이 퍽 마음에 흡족하다.
사위는 몇 년을 지켜보아도 든든하고 너그러우며 제 식구 감싸는 일이 매우 믿음직스럽다.
이만한 아이들을 새 식구로 얻은 것이 참으로 큰 복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아이들과 어울려 복된 노년을 누려가기 위하여서라도 나 자신 나의 살아가는 분위기를 따뜻하고 너그러우며 넉넉하게 가꾸어가야겠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교훈에도 있다.
“따뜻한 사람이 되자.”
“끝을 맺는 사람이 되자.”
5가지가 있었는데 2개만 기억이 난다.
출처 : 아름다운 60대
글쓴이 : 박코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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