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히 오르 내려도 물리지 않을 만큼
산이 깊은 곳, 그 기슭 어딘가의 한 자락 초입에
들어서면 보이는
아직은 투명한 개울가를 끼고,
고즈넋이 들어 앉은 마을,
저녁 짖는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곳,
그런 이상향은 못 될 지언정...
도시에서만 자라 매연과 소음에 익숙해
차라리 정겨워진 재래시장 모판 같은 곳에서
나와 같은 보통 사람들과, 소주 잔을 주고 받으며,
깊은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삶의 냄새도 맡아보고,
가끔,
내 사랑하는 그가, 생각나면,
한 줌의 재로 남아,
머물러 있는 곳을 들려도 보고,
귀 밑의 흰머리가 더 늘어나
내 자신 늙어감을 세삼 느낄 때마다
그리움이 더 진하게 밀려올 것 같은
부모님도 가끔은 찾아뵙기도 하며..
나를 두고 먼저 가버린 이를 떠올려도
애잔하나 ,슬프게 느끼지 않을 만큼
더 바란다면 손주의 얼굴 윤곽을
가슴 한 구석에 살며시 간직하고
흐뭇한 웃음 지을 수 있는,
그런 나이까지는 살아 남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내 육신 편히 쉴 수 있는
돌아갈 공간 있었으면 좋겠다.
돌아갈 그 날을 꿈꾸며, 기다리며
실타레 얽히듯 걸어온 일상의 잔해를
하나 하나 오늘도 풀어 나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