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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돌아갈 그 날

한스 강 2009. 12. 6. 19:48
돌아갈 그 날


    틈틈히 오르 내려도 물리지 않을 만큼 산이 깊은 곳, 그 기슭 어딘가의 한 자락 초입에 들어서면 보이는 아직은 투명한 개울가를 끼고, 고즈넋이 들어 앉은 마을, 저녁 짖는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곳, 그런 이상향은 못 될 지언정... 도시에서만 자라 매연과 소음에 익숙해 차라리 정겨워진 재래시장 모판 같은 곳에서 나와 같은 보통 사람들과, 소주 잔을 주고 받으며, 깊은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삶의 냄새도 맡아보고, 가끔, 내 사랑하는 그가, 생각나면, 한 줌의 재로 남아, 머물러 있는 곳을 들려도 보고, 귀 밑의 흰머리가 더 늘어나 내 자신 늙어감을 세삼 느낄 때마다 그리움이 더 진하게 밀려올 것 같은 부모님도 가끔은 찾아뵙기도 하며.. 나를 두고 먼저 가버린 이를 떠올려도 애잔하나 ,슬프게 느끼지 않을 만큼 더 바란다면 손주의 얼굴 윤곽을 가슴 한 구석에 살며시 간직하고 흐뭇한 웃음 지을 수 있는, 그런 나이까지는 살아 남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내 육신 편히 쉴 수 있는 돌아갈 공간 있었으면 좋겠다. 돌아갈 그 날을 꿈꾸며, 기다리며 실타레 얽히듯 걸어온 일상의 잔해를 하나 하나 오늘도 풀어 나가본다. (Canon/바이올린과 하프)
    출처 : [우수카페]곧은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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