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스 겸용)/카페 글

막사발의 변명 혹은 희망사항

한스 강 2022. 3. 6. 23:05
         
근자에 올린 제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 계십니다.


-사람에 따라 그릇이란 게 있습니다. 막사발이 있고 금, 은 그릇이 있지요.
 (중략)  각자의 주어진 그릇에 어떤 걸 담느냐가 중요하지요.
 금 그릇이라고 더 좋은 음식만 담으란 법은 없습니다. -


이분의 댓글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나는 어떤 그릇인가 생각해 보니
길게 생각해 볼 필요 없이, 막사발, 정답이 나오더군요. ㅎ


댓글 중 ‘ 금 그릇이라고 더 좋은 음식만 담으란 법은 없다. ’ 는 구절에
말씀하신 의도는 충분히 짐작은 하나, 한 가지 엉뚱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금 그릇에 담아야 할 더 좋은 음식이지만 막사발에 담아도 지장 없다?
더 좋은 음식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떠나서라도 이 명제에는 한가지
모순점이 발견됩니다. 금 그릇은 막사발보다 좋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금, 은 막사발의 구분은 어느 것이 더 좋다는 개념이 아닌 차이, 다르다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사람은 각자의 그릇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그 각자가 좋고 나쁨, 우열이 아닌
서로 다르다는 것을 상호 인정하며 어우러지며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것 나쁜 것이 아닌 각자의 그릇에 맞는, 적합한 물건을 최소한의 시회 규범을 지키며
각자 채워나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면, 그 그릇에 가득 채우느냐, 넘치게 채우느냐,
적당히 모양새 있게 채우느냐는 각자의 몫이요 선택이지요.


각자의 그릇에 어우러지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는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에는 힘든 일이기는 하나.
금 그릇에는 금 그릇에 어우러지는 것을 담아야 하고 막사발에는 막사발에 맞는 것을 담아야 함은 진리.


진주 목걸이는 금 그릇, 막걸리는 막사발에 담아야 어우러짐. ㅎ


막사발의 주인이 막걸리를 마시다가 금 그릇에 담겨있는 위스키를 탐한다면
막걸리나 위스키나 우열이 아닌 다름일 뿐, 각자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데
자기 스스로가 동등함을 부정하고 열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초라함 혹은 범죄행위가 될 터입니다.


다만 각자 태어난 그릇에  맞추어 채우며 살다 보면 우열의 문제가 아니요,
각자 평등하다 하지만 금 그릇에는 나름대로 막사발보다는 값어치도 나가고 모양새도 좋은 물건이
쌓일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겠지요.


현대 사회의 어쩔 수 없는 결과인 빈부격차처럼 만인이 평등한 세상은 현실에 존재하지
힘들지만 금 그릇과 막사발의 차이 간격을 최대한 좁혀 나가도록 각자 노력하면서
남의 그릇과 비교해 우월감 혹 그 반대의 열등감, 시기심을 가지지 않고
각자 자존심을 지키며 만족하며 살아간다면 나름 행복할 것입니다.


막사발로 태어난 저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막걸리를 마시며 안분지족을 목표로
살아갈 터이지만 금 그릇으로 태어나시어 채우신 위스키가 혹 차고 넘치시는 분이 혹시 계시면


막사발도 맛이라도 볼 수  있게 ㅎ 나눔의 선행을 베풀면
더 밝고 정겨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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