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방, 사찰체험을 다녀왔다.
일주일 정도, 소위 템플 스테이에 참여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새벽 예불, 금주 그 외 까다로운 사찰 예절을 지키는 건 버텨볼 만하다 치더라도 108배, 그거 한번 하고 나면 무릎 뽀개진다.ㅎ 겁주는 이야기도 들어 엄두도 안내고 있었는데, 이번 일정은 말 그대로 사찰체험이기에 참가해 보니 아주 좋았다. 집 근처 도봉산의 성불사라는 암자를 방문, 문지방에 앉아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 들으며, 청명한 하늘을 보면 그리 좋더니, 이번 방문한 월정사 근처 사찰은 경관도 좋고 무더위를 잠시나마 식힐 수 있어 진정한 힐링이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 산사에 혼자 앉아 자연의 속삭임을 듣고 있노라면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인생무상, 마음은 평온하나 허무감이 느껴지곤 한다. 이런 허무감을 이기지 못해 아니 극복하기 위해 석가는 출가해 고행의 길을 걸었던가? 요절한 천재라 지칭되는 많은 이들 중, 전혜린, 다자이 오사무, 조각가 권진규가 있다. 고교 시절이던가?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를 읽고 그녀의 감성이 울림에 감동하며 비극으로 끝나 버린 한 여인의 생애가 얼마나 가슴 아팠던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녀의 아버지가 일제 부역자요, 부정한 돈?으로 뮌헨으로 유학까지 갔다고 그녀를 비하하는 글을 접했을 때 한때나마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녀의 순수한 열정이 아니 내 사춘기의 감성이 모욕당한 것 같아 기분이 더러웠고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시절에 알게된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으로 한국 독자에게도 잘 알려진 허무주의자. 나는 그의 "사양"이라는 소설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미술 계통에 거의 문외한이었지만 권진규라는 조각가를 우연히 알게되어 고흐(Gogh) 같은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의 테라코타 작품에 매료된 적이 있는바, 위 언급한 세 사람의 공통점은 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니고 있는 열정을 다 태우지 못하게 만든 "현실의 냉정함".? 아니면 다 태우고 난 열정, 그 뒤에 남은 " 공허함",?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냥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의" 허무함".? 전혜린에 매료되었던 그때 그 시절, 나 자신도 혹독한 사춘기 열병을 앓고 있어 잘못하면? 나도 스님의 길을 걸을 뻔했다. ㅎ 그때 마음을 모질게 먹고 그 길로 갔더라면 지금은 부처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을지언정 사소한 감정의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아직도 철부지인, 중 노년의 신세는 면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ㅎ 우리 인간은 알게 모르게 자기 자신이 살아온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차이점이라면, 남기고 간 짧은 흔적조차 쉽게 잊혀 버리는 수많은 장삼이사가 있지만, 전혜린, 오사무, 권진규처럼 작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 흔적을 여러 사람에게 오랫동안 남기고 가는 이들도 있고 석가님처럼 해탈하여 중생에게 도를 펼치며 영원히 이름을 남기고 가는 소위 성인들도 있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되며,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인간이 되느냐는 어찌 보면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고뇌를 하고 고통을 감수하며 해탈을 위한 노력을 하느냐에 비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삶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다시 한번 냉철하게 돌이켜 보게 되면 해탈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 할망정, 나 같은 장삼이사도 치열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했던 전혜린, 권진규 같은 이들처럼 좀 더 많은 이들에게 회자하는 " 나만의 흔적 "을 남기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꼭 " 나만의 흔적 "을 남기기 위해서보다는 죽지는 못하니 어차피 살아가야만 하는 인생, 남은 기간만이라도 조금 더 치열하게 내 인생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자 다짐해 본다. |
댓글22추천해요1
'사진(소스 겸용) > 카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사람에 대해 알려면 같이 여행을 떠나라 (1) | 2023.07.23 |
---|---|
그는 지금 그곳에서 잘살고 있으리라 믿으며 (0) | 2023.07.23 |
카미노에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 (0) | 2023.07.23 |
목련화 ( 2 of 2 ) (0) | 2023.07.23 |
목련화 ( 2 of 2 ) (0) | 2023.07.23 |
첫댓글 한스 선배님은 학창시절부터 감수성이 예민하셨나봐요..그런 감성의 표현들이 지금도 여전하시네요..글 잘 쓰십니다
종일 비가오니..따스한 커피와 함께 지난 시절의 추억들이 떠오르는 오후시간 입니다..^^
잘 지내시죠,
언제 한 번 얼굴 봐야 되는데,
댓글 감사하고 무더위 잘 보내세요.
사춘기에 겪는 이유없는
허무주의.
비디오가 발달되지
않았던 세상은 책만이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
템플스테이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감정은 비슷합니다
그러시군요.
책을 통해 세상과 접하고 교류하셨으니
축적이 된 여러가지 사고,지식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템플 스테이 경험이 있으시다니
많은 것을 느끼셨겠네요.
평안한 밤 되세요.
템플스테이 (통과하다. 깨닫다) 과정을 30년 전 남양주 봉인사 산사에서 7박8일 일정으로 했던 기억이 한스님 글을 읽으며 떠올랐습니다.
그 때 그 과정 들이 저는 넘 감사 해서 새벽에 일찍 일어 나 자진 해 화장실 청소를 깨끗이 하기도 했었지요. ^^
유서 쓰기 등 여러 과정 들이 있었는데 그 당시 함께 했었던 일행 20여 명 중 제일 먼저 과정을 마치고 제게 주어진 자유 시간을 한껏 즐겼던 기억도 납니다.
그 당시 사찰의 주지스님 과는 30년 째 종교 무관 지인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
한스님 뜻깊은 템플스테이 잘 하고 오셨습니다. ^^~
7박 8일 하셨다니 본격적인 경험을 하셨네요.
그 경험이 살아오시면서 좋은 자양분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그저 산사에 놀러 간 것 뿐인데 ㅎ
그래도 좋은 기억이였습니다.
항상 평안한 나날 되세요.
안녕하세요 선배님.
템플스테이ㅡ
월정사에 다녀 오셨군요.
그 근처에서 군생활을 했었습니다.
점호 시간 전에 단체로 엎드려 엉덩이 피가 나도록 맞아야
잠이 오던 시절이었어요.
하루 엉덩이가 편안하면 왜 그리 불안한지.ㅡㅋ
지금은 호 시절입니다.
행복하십시요.
하루 나절 이지만 좋더군요.
평안한 시간이여서..ㅎ
건필 유지하시며 행복하세요.
천년의 숨결,
대관령 <보현사>에서 나를 만나다.
요즘 따라 깊이 느껴지는 문구가
나를 만나는 것입니다.
어찌하여 이 세상을 만나,
나는 잘 살았는가, 앞으로도 짧은 기간에
진심으로 살고 있는 가에 답하고 싶을 뿐,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습니다.
워낙 방대한 세상 속을 어찌 탐색하여
어떤 경지에 오를 수 있는지는
그 같은 사고력도 힘들고, 이루어 내기에도 벅찹니다.
그냥 무탈하게 남에게 나쁜 말 듣지 않고
내 길을 잘 찾아가는 것도 힘들 때가 있습니다.
1박2일의 탬플 스테이,
참 나로 돌아가는 길에서 조금 그 주위를 맴돌아 흉내를 내었을 뿐,
비온 뒤의 청아한 바람과 깊은 산속의 청솔이 부러웠습니다.
저에게는 집을 떠나 잠시 휴식을 갖는 시간만으로도
좋은 체험이었습니다.
사고가 깊으신 한스님의 글이 마음에 많이 닿기도 하네요.
글, 감사합니다.
잘 들어가셨지요.
저 또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없을지라도
그 과정에 의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항상 평안하세요.
템플스테이에서 청량한기운을 얻으셨다니 다행입니다 ㆍ
한때 나와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글을 읽고 흔적남김니다 ㆍ
건강하십시요 ㆍ
오랜만에 이 곳에서 뵙는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 드리며 수필방에 자주
들리시어 고견 들려 주세요.
평안한 밤 되시기를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의 저자 전혜린씨 는 왜 그렇게나 젊은 나이에 자살을 택했을까?
그거 말해주는 사람도 없구 아직도 수수께끼 입니당
머리 좋은 집안의 딸이고 돈도 많은 집의 딸이라는거는 눈치 챘지만 친일파의 딸이라는거는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자기 열정이 너무 많은, 너무 뜨거운 사람이기에
화산처럼 폭팔 하지 않았을까요 ㅎ
그 시절 그녀의 글은 감동이었습니다.
좋은 시간 많이 가지세요.
산사에 머물며 차분히 돌아볼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군요
저는 그런 기회가 없었지만 참여했다면
자신에 대한 많은것이 후회스러웠을것 같습니다
사찰체험에 많은 분들이 참여한다고 하더군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깊은 산중의 사찰로 다가가는 그런 마음가짐을 일상에서도 간직한다면 바람직할텐데요
조용한 힐링의 시간
특히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산사의
바람소리에 몸과 마음이 청량해 지는 느낌 ㅎ
댓글 마지막 구절 좋습니다.
평소에도 사찰로 다가가는 마음가짐 간직하자.
단풍님의 명언으로 기억 하렵니다.
무더위 잘 보내세요.
불자는 아니지만
산에 자리잡은 산사는
언제가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갈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절에서의 일박 체험
저도 기회되면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미국에는 아직 템플 스테이가 없을것 같네요.
운행시 자연과 더불어 하시는 멍때리기가
산사와 같은 분위기 일 터이니 굳이 ㅎ
항상 안전 운행 하시며 건강하세요.
하루쯤은 해볼만도 하건만
음주 식음 자유수면 등등
세속 향락을 포기못해
시도조차도 못해봅니다 ㅎ
한번쯤은 대작 해드리면서
드라마틱한 인생스토리
들어보고 싶어요ㅎ
드라마 틱 하다니요.
평범한 장삼이사 입니다. ㅎ
정식 템플 스테이는 부담스럽고
저처럼 산사 체험 한 번 가보세요.
힐링에 좋더군요. 건강하세요.
한스님. 나를 찾는 시간을 보내셨군요.
나도 기회되면 템플 스테이 해보고 싶습니다.
한번 시도해보세요.
좋은 경험, 힐링의 시간이 되실 것 같습니다.
항상 건필 유지하시며 일상 즐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