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영생, 환생, 그러한 단어들은 나 같이 믿지 않는 자에게는,
연약한 우리 인간이 만들어 낸 단어에 불과할지 모르나 믿음이 굳건한 분들에게는 현생의 고달픔을 이겨내는 기둥이요 원천이다. 무더위를 피해 봄, 혹은 가을에 일이 년에 한 번 정도 한국을 방문하곤 했는데 그를 우연히 만나게 되던 해가, 기록을 뒤져보니 2015년도 봄이었다. 여럿이 둘러앉아 이야기하던 중, 알고 보니 이 양반도 해외교포, 우리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오래전 상처하고 딸 둘이 다 미국에 살고 있어 늙마에 딸의 초청을 받고 미국으로 들어갔고, 나는 가까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마음 식히기 위해 한국에 온, 홀몸이라는 점. 그는 위암, 간암 중복 암에 걸려 위암은 거의 완치가 되었으나 간암과 아직 싸우고 있는, 둘다 암 환자라는 점.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시점도 비슷해 남은 1개월 여, 같이 식사도 하고 그가 렌트 해 거주하고 있던 양재역 원룸에도 들리며,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급속히 친해졌다. 그는 자기 "믿음"에 따라 식생활도 철저해, 캔, 소시지 같은 인스턴트 식품은 절대 손을 안 대고 자연식품을 고집하고 있고 술도 거의 입에 대지 않아, 잡식성이요 애주가인 나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를 약간 거북하게 만든 점은, 그가 그의 " 믿음"을 나에게 강요는 안 하지만 그의 " 믿음"에 굳고 강건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 우리의 대화 도중 어쩔 수 없이 수시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그의 이론에, 아니 열변에 전적으로 동의는 못 하지만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점이었다. 어쨌든 짧은 만남 속에서도 서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각자 사는 곳으로 가게 된 이후에도 그는 먼? 미국에서 하루가 멀다고 나에게 전화로 안부를 물을 정도여 전화비 많이 나온다고 딸에게 잔소리를 들을 지경이였다. ㅎ 그러던 어느날 대화를 나누던 중, 가끔 등장하는 그의 "믿음" 신념에 대해 그날따라 내 심기가 불편했던지 평소처럼 잘 들어주었으면 별 탈이 없으련만 그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며 짜증을 내버린 게 사단이였다. 실망이 컸던지 다시는 너에게 전화 안 한다며 역정을 내어 우리의 인연은 그리 끝나 버렸다. 세상 누구보다 나에게 그리 잘해주던 사람을, 그의 아킬레스건, 삶의 버팀목이던 "믿음"을 건드려 버리는 바람에 잃어버렸다는 후회감도 없지 않았으나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는 우리 인간사, 잊어버리고 지내다, 평소처럼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된 2017년 가을. 별생각 없이 그를 만났던 곳에 들려보니 그가 거기에 앉아 다른 이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적인 짜증으로 헤어졌지만 다시 만나게 된 기막힌 우연에 얼마나 반가웠던지. 한국에 볼일이 있어 오게 된 그는 일주일 후면 다시 미국에 돌아가야 하기에 처음보다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인연은 원상 복귀, 서로의 정은 변함없이 이어지게 되었다. 이후 2019년도에도 나는 한국을 방문했지만 그는 여전히 간암과 씨름하고 있어 미국에 머물며 나와는 전화 혹은 카톡을 통해 서로 안부를 주고받던 중, 한번은 카톡을 보냈으나 그가 읽어 본 흔적도 없이 갑자기 연락이 끊어졌다. 그의 이름, 한국 전화번호 그리고 그가 딸 집에 같이 살다 최근 정부에서 나오는 집으로 이사 갔다는 점밖에 아는 바가 없어 막막한 심정으로 보내다 2021년도 다시 한국에 가게 되었을 때 이리저리 뒤지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그의 딸 전화번호를 발견하게 되어 카톡으로 연결하게 된 것이 그해 3월. 무척 반가워하며 따님이 보내준 그의 소식은 내가 염려하던 바 그대로였다. 간암이 재발하여 면역요법을 시행하던 중 부작용으로 콩팥 기능을 잃어버려 운명하게 된 것이 2020년 9월이라고. 한국에서 2번 만나 서로 정을 주고받고 이후 유선상으로 안부를 묻고 지내던 그, 우리의 인연은 그것이 전부였지만 그의 "믿음"이 굳건하기에 믿지 않는 나는, 비록 그를 다시 만날 수 없을지라도 그의 소망에 따라 그는 다시 태어나서 "그곳"에서 잘살고 있으리라 믿으며 그를 가끔 떠올려 본다. |
댓글18추천해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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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좀 애잔한 맘이 듭니다.
그분도 딸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갔긴 했지만
주위가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서로 위로하고 다독일 수 있는 친구이기에...
믿음을 통하여,
반성하고 절대자에게 순종하고..
자신의 믿음을 끝까지 주장하는 분을 보면,
홀딱 빠져드는 그런 성격이 부러울 때도 있긴 합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로가 도타운 우정이 쌓여서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습니다.
그는 다시 태어난다는 확신을 가지고 살던 사람이니
그의 소망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정이 많이 들었던 사람이라 가끔 생각나지요.
여행방에서 다시 뵙지요.
인연이 있었던 분에 대한 이야기 로군요.
상당 부분 공통점이 많다보면 아무래도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좀 더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셨겠습니다. ^^~
짦은 시간이지만 서로 정을 주고 받은 사람이어
지금도 많이 생각나지요.
댓글 감사 드리며 행복하세요.
안타까운 인연이군요..
브로맨스.. 아름답고요..ㅎ
믿음이 절대적인 분들에게
그에 대한 부정은 모든 것을
잃게하는 것이기에...
선배님도 건강관리 잘하시어
오래 오래가는 인연되길 기원합니다..
그래도 우연히 두변째 만나게 되니 서로
얼마나 반가워 했는지
너무 빨리 헤어지게 되어
지금도 아쉽습니다. 여긴 지금 비 때문에 엉망입니다.
잘 지내시다 가을에 뵈요.
제 경우에는 무종교라 신앙심이 깊은 분들 하고는
대화도 그렇고 아무래도 거리를 느끼게 되더군요
짧고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깊은 사이였다니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되지요.
그의 믿음만 건드리지 않고 ㅎ
참 좋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와이프 건강 잘 챙기세요.
인연이 그래도 아름답습니다.
사람을 잘 사귀시네요.
종교에 대화가 이르면 난감할 때가
있더군요.저도 경험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어떤 인연이 있어야 되는 것
같습니다. 그와는 짧았지만 저와 어떤 인연이
있었던 듯, 짧지만 기억에 남는 만남이였지요.
댓글 감사 드리며 건강하세요.
@한스 저도 지언님과 같은 생각~
사람을 잘 사귀시는것 같아요~ 요말 댓글에 쓸라캤는데 빠뜨렸어요 ㅎ
종교가 높은 담이 되어 단절을 야기하는 것은 신도 바라지 않을 테지요. 열라고 가르쳤는데 닫기만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분.. 새 세상에서 잘 사시고 계실 겁니다.
종교적인 것을 떠나 서로 공감대가 잘 형성되던
사람이라 아쉬웠지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자리 님도 항상 평안하세요.
비슷한 처지에 있으신 분들이
한분은 종교적 신념이 강하고
한분은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으시다면
인생의 답을 찾는 길이 다르다는 의미겠지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종교가 없는 사람은 창문이 없는 집에서
사는 것과 같다고.
글쎄요.
서로 인생의 목적은 다르더라도
친구는 될 수 있겠지요.
그저 친구로써 잠시나마 잘 지냈으니
다행이지요. 댓글 감사 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살다보면 한 번쯤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완쾌 되셔서 다시 만났음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렇지만 우리네 인간사가 우리가 생각한 각본대로
흘러가지는 않아서요.
사는게 그래요.ㅠㅠ
잘 지내시죠,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중
한사람 입니다.
댓글 고맙고 장마철 잘 지내세요.
지구에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이 있다
하는데 한스님의 경우는 특별한 생각이
듭니다.. 한스님의 정갈한 글에서 두분의
우여곡절이 읽는 맛을 주는데 결국 급히
떠나셨다니 새삼 느끼는 건 인간이란 존재
에 대한 불상의 연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