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스 겸용) 442

카미노에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

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길 )는 스페인의 유명한 성지순례 길로 유럽의 여러 가지의 루트로 출발해서 최종 목적지인 갈리시아주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하는 도보 여정으로 우리의 제주 올레길도 이를 본떠 만들었다. 여러 루트 중 특히 800 Km에 달하는 프랑스 길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아시아 국가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많은 한국인이 이 길에 동참하고 있다. 성지 순례라는 특성상, 단체보다는 솔로로 걷는 사람이 많은 편인데 특이한 점은 우리 한국인은 - Buen Camino - 하며 걷다가 마주치는 타 외국인과 인사를 나누더라도 같은 동향 인에게는 눈인사조차 안 나누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런 경향이 있다 보니 우리끼리도 최소한 인사는 나..

목련화 ( 2 of 2 )

제라 23.07.06 17:24 ㅜㅜ 그냥 눈물이 주르륵~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네요. 혹시 2편 올라왔나 해서 잠시 들어왔다 울고 갑니다. 답글 기능 더보기 한스 작성자 23.07.06 18:40 아이고, 그리 슬퍼하시다니 제가 죄송스럽습니다. 누구나 다 헤어지게 마련 시기 차가 있을 뿐이지요. 댓글 감사 드리며 건강하세요. 답글 기능 더보기 비온뒤 23.07.06 20:00 목련꽃 피는 공원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운명적인 만남으로 이어지지 못했군요..여성분의 마음속에서만 잠시 피었던 호감은 인연의 끈이 되어 20년뒤의 조우를 가져왔지만... 목련과 한스님, 그리고 그 여인분 사이에 생을 거듭하며 이어지는 깊은 인과가 무엇인지 궁금해 집니다....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한스님,건필하세요.. 답글 기능 더..

목련화 ( 2 of 2 )

커피숍 이층에서 내려다보이는 공원 담장 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목련꽃이 세삼 눈에 띄는 화창한 봄날이었다는 것이 한가지 이유는 될 터지만, 뻔질나게 근처를 들락거렸어도 들어가 본 적도 없던 공원에, 그 날따라 들어서게 된 것은 약속이 펑크나 심사가 뒤틀렸기 때문이다. - 당신이야 무심코, 옆에서 같이 꽃구경하고 있던 나에게 던진 말일 터지만, “목련꽃 참 이쁘지요” 하며 첫마디 운을 뗐을 때, 속으로 은근히 반갑더라고요 - - 그래요? 아, 제가 먼저 말을 건넸었군요 - 모든 게 이런 식이였다. 한 인간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이라는 것도 참으로 이기적이여 자기 편한 데로 간혹 들추어 꺼내보기도 하지만, 어떤 기억은 저 심연 속에 가라앉아 있다가 주인의 소멸과 더불어 영원히 사라지기도 한다. 나로서는 다시..

목련화 (1 of 2 )

내가 런던을 가끔 들렸던 이유는 그리 중요한 일은 없더라도 신세 질 곳이 있어, 경비 차원에서 그리 큰 부담이 없다는 점과 런던이라는 곳이 나 사는 암스테르담보다는 큰 도시이기에 볼거리, 술 한잔 할 곳이 많기 때문이었다. 신세 지는 곳은 피터라는 흔한 이름을 가진 오십 중반의,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고, 큰 부자는 아니지만 전문직으로, 자기 밥벌이는 충분히 하는, 그런 사내의 집이다. 그의 집을 아무 부담감 없이 사용할 수 있음은 그 또한 나 있는 곳에 들리면 내 집에서 신세를 지기에 “기브 엔드 테이크” 원칙에 의거 우리는 그리 친하지 않으면서도 변함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어느 해였던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나,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화창한 봄 날이였다. 런던에 도착, 벨을 누르..

여보 밥 잡수세요

한스 작성자 23.06.29 17:46 촌부?의 아내 사랑 처럼 은은함 속에 우리 모두 정겹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마운 말씀 감사 드리며 건강하세요. 답글 기능 더보기 수피 23.06.29 17:09 한스님 순수한 사람 들의 일상사가 부럽게 느껴지셨었나 봅니다. 한스님 글을 읽으며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 답글 기능 더보기 한스 작성자 23.06.29 17:49 여보 밥 잡수세요. 흔하나 그 표현이 소박하고 절묘해 그 분의 아내 사랑이 느껴지는 글이더군요. 행복은 평범속에 있다는 말이 떠 오릅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답글 기능 더보기 구봉. 23.06.29 19:08 그분의 글을 서너번 음미하며 읽었습니다 큰 기술은 오히려 서툴러 보인다는 옛사람 의 가르침이 어울리는 글입..

여보 밥 잡수세요

인터넷상에서 접하게 되는 수많은 글 중, 유독 마음에 와닿는 글이 있다. 잘 쓴, 아름다운, 혹은 감동을 주는, 그런 구체적인 단어보다는 무언지 모르게 마음에 슬며시 와닿는, " 내가 좋아하는" 글이라는 표현이 제일 적당할 것 같은, 그런 글 말이다. 글 속에서 표현된, 혹은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루어 짐작하던 그 사람의 품성과, 만나 보아 알게 된 그 사람의 실제 됨됨이와는 판이한 경우가 많아 "글과 그 사람의 실제 인격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라는 말도 있지만, 나는 글을 통해 내 나름대로 갖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신봉하는 편이다. 그 사람의 글을 좋아하다 보면, 그의 글을 기다리게 되고, 서서히 글도 좋지만, 실제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해지게 되고, 나중에는 궁금증에 나름대로 상상력이 ..

네덜란드 바보 상자 풍경

Franz Schubert Impromptu Op. 90, no. 3 - Henderson Kolk Guitar Duo 무심코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다가 오래전 네덜란드에서의 바보상자(T.V.) 기억이 갑자기 떠오름은 웬일인지. ㅎ 기억도 희미한 어느 저녁나절, 오늘처럼 마땅히 볼만한 프로가 없어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던 중, 인상이 선해 보이는 이가 전동 휠체어에 앉아 중얼대는 화면이 떴다. 불만이 가득찬 표정으로 고운 얼굴 구기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 채널 고정하고 들어보니, 성생활이 불만이라고, 이 양반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 거시기 성능 및 신체조건 문제가 아니라고? - - 그럼? 섹스 보조금 적다고? - 당시 독신 장애우는 기본 생활 보조금 외에 최고 월 125유로까지 네덜란드 정부에 청구할 수 있..

외로움, 고독, 그리고 마음가짐

댓글 전성훈 23.06.20 07:21 저는 어릴 때 영세 받아서 신부님은 인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인간의 경계를 약간은 넘어 선 그렇다고 신은 아닌 분으로 생각하며 살아 왔습니다. 항상 우러러만 보던 신부님이 언제부터인가 제 아들 뻘 신부님도 계십니다. 우리 성당은 새벽 미사가 없어서 어제는 버스를 타고 이웃성당 미사를 모처럼 갔다 왔습니다. 소위 왔다 갔다 발바닥 신자라 신앙의 깊이가 없습니다. 젊고 키 크고 잘 생긴 신부님의 미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 갔습니다. 젊은 신부님이신데도 패기보다는 의외로 담담히 드리는 미사였습니다. 끝나고 신자들에게 인사하는 신부님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집으로 오는 길은 가벼웠습니다. 한스님 고국에서의 생활 잘 적응하시기 바랍니다. 들꽃마루 23.06..

외로움, 고독, 그리고 마음가짐

수구초심이던가, 이질적인 문화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말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한 생각밖에 안 들어, 고국에 돌아온 지 어언 반년이 넘었다. 한두 달 머물다 가던 때와 조금은 다르니,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하게 느껴짐은 당연지사지만 사람 마음 간사한 탓인지 즐거움 속에서도 무료함, 지루할 때 있으니, 다 내 수양이 부족한 탓일 터이다. 아무 때나 필요하면 불러낼 마땅한 새로운 친구도 아직 없어 외출 시 혼밥, 혼술, 하는 경우가 많아 옆 좌석에 화기애애하게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 홀로 산행 시, 시끌벅적 떼 지어 몰려다니는 일행들을 보면 부럽고 외롭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티 브이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우연히 다큐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은퇴 후 산골로 들어간 신부님 이야기. 말년을 자연 ..

어느덧 반년이 지나고

저도 회원인 -역이민- 이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주로 미국, 캐나다에 오래 거주하시다 은퇴 후 고향 땅이 그리워 한국으로 돌아가 살고 싶어 하는 해외 거주자들의 모임이지요. 역이민에 필요한 정보교환, 그리고 친목을 다지는 곳으로 온, 오프라인도 나름대로 활성화가 돼 있는 카페입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거의 매년 방문하다, 돌아가신 후에 6 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은 분이 - 한국에 와서 나는 - 이라는 제목으로 소회를 피력하신 글을 올린 적이 있는 바 짤막하나마 내용에 공감하는 바가 많아 아래에 그 내용을 간추려 인용해 봅니다. quote ------------------------------------------------ 돌아온 한국,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 이렇게 잘 사는 나라가 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