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즐근한 차림의 사내가 잘 차려입은 모양새 나는 신사보다 더 눈이 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의자에 앉지도 않고 들어서자마자 입구에서 막걸리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켠 후 주모가 건넨 김치 한조각으로 마무리하는 초로의 중년. 몇 분도 안 되는 시간, 자기 볼 일을 마무리 하는 그가 특이하다. "시원하게 드십니다" 지나가는 말투로 건넸더니 “자네도 한잔할래 “ 내 막걸리 한 잔 값을 지불하고 나가려는 그. 모든 행동이 급박하나 시원하고 담백하다. “담엔 제가 한 잔 사지요. 어떻게 봐야 합니까” “앞 공원으로 와.” 언제 내가 너 다시 만날 일 없다는 듯, 시간 날짜도 정하지 않은 체 내뱉는 말투도 여전히 무색무취. 오래전, 1974년 경 중 2, 꼬맹이들을 데리고 가정교사 알바를 하던 대학생이었던 나. 그날 어찌해서 공원 언저리 대폿집을 들어서게 됐는지는 기억에 없다 이후 그를 잊어버리고 있다가 알바가 없는 어느 토요일 오후, 공원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었던지 갑자기 대폿집 그가 생각이나 지칭한 공원에 들어섰다. 당시 서울 시내에 대중을 위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 파고다 공원은 인산인해, 실업자, 자칭 애국자들의 총집합소 한쪽에서는 연사가 열변을 토하고 다른 구석에서는 한탕을 노리는 사기꾼, 브로커 실업자들이 즐비한, 그야말로 인간 시장이라 불릴만한 곳. 처음 들어가 보는 공원. 저 쪽 중간쯤 인파 속에 그가 서 있었다 다가가니 주변에 몇 사람들이 모여있는바 한눈에도 그가 그 그룹의 대장 노릇을 하는 듯한 낌새. 그가 대장인 실업자 멤버 중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열거하자면 * 사십 중반의 예비역 상사 출신 최 씨 * 가끔 나타나는 피카디리 극장, 야매표 장사꾼. * 삼십 후반의 항상 술에 취한 듯한 표정으로 나타나는 노숙자 스타일 모 씨. * 전라도 어느 지방에서 올라와 아직도 직업을 못 구하고 있는 유일한 내 또래 청년 * 그리고 나 다른 멤버들의 이름은 물론 성도 다 잊어버렸지만 부대장 격인 예비역 상사 최 씨와 지금도 내가 그 이름까지 기억하는 대장, 이 XX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그룹 6 명 중 흥행이 잘 되는 영화가 들어오면 야매표 장사를 하던 이를 제외하면 내가 대학생이라는 정식직업?을 가지고 있었지 나머지는 우리끼리 ‘대학’이라 부르던 공원에 아침에 출근해 해질 녘 퇴근하는 만년 실업자 신세였다. |
'사진(소스 겸용) > 카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 수필을 쓰는 사람들을 위해 (0) | 2023.09.14 |
---|---|
우리 대장 ( 2 of 2 ) (0) | 2023.09.14 |
아무 일 없는 하루 (0) | 2023.09.14 |
저녁나절 넋두리 (0) | 2023.09.14 |
당신과의 약속 (0) | 2023.09.14 |